▷제1차 대전 종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11일 관련국 정상이 프랑스 파리에 모인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사는 시대가 제1차 대전과 제2차 대전 사이인 간전기(間戰期)와 흡사하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제1차 대전 전후 처리 과정에서 독일에 과도한 배상을 요구한 것이 독일의 민족주의적 반발을 불러일으켜 제2차 대전으로 이어지는 원인이 됐다. 오늘날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서 극우파가 득세하는 것이 제2차 대전 직전과 비슷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20세기는 1900년부터가 아니라 1918년부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근대의 끝자락까지 남아있던 ‘카이저’니 ‘차르’니 하는 구식 군주들과 그에 부합하는 낡은 신분적 문화가 사라지고 민주주의와 대중문화의 시대, 바로 우리가 사는 현대로 들어서는 계기가 된 것이 제1차 대전 종전이다. 국제적으로도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이 태어나면서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힘의 외교’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