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각종 ‘저장장치’에는 과연 무엇이 더 들어있을까.
5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지난 2일 경기 성남시 양 전 회장의 자택, 그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 사무실, 경기 군포시 한국미래기술 사무실, 강원도 홍천군 연수원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를 통해 양 회장의 외장하드, USB,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이 이 같은 저장장치들에서 주안점을 두고 보고 있는 것은 양 전 회장의 추가 범행이 있는지 여부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양 전 회장 영상은 2건이다. 처음 공개된 영상은 2015년 4월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촬영된 전 직원 폭행 모습이다.
양 전 회장은 정장 차림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한낮 사무실 한복판에서 전 직원의 뺨을 두 차례 힘껏 때리고 폭언을 퍼부었다. 무릎을 꿇려 사과도 강요했다.
이어 ‘엽기적’ 영상이 추가로 공개됐다.
여기서는 양 전 회장이 2016년 회사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일본도로 닭을 잡도록 지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는 한 직원이 산 닭을 잡고 날리면 일본도(刀)를 가지고 있던 직원이 닭을 내리친다. 양 전 회장은 석궁으로 닭을 맞추지 못한 직원들에게 ‘벌칙’으로 이 같은 행위를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적인 건 이 영상들이 누군가 몰래 찍은 것이 아닌, 양 전 회장 자신이 다른 직원에게 촬영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 전 회장이 부하 직원들을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폭행 등이 일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외장하드 등을 통해 여죄가 줄줄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양 전 회장은 권력을 휘둘러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며 “모두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폭행을 가하는데 직원들이 아무런 미동도 없었던 것은 양 회장의 폭력이 일상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양 전 회장의 폭력은 일상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의 권위를 앞세워 전지전능함을 과시하려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는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이들을 생명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을 막대한 부 축적의 수단으로 삼거나 자신이 고용한 부하직원, 동물을 상대로 난폭한 행동을 한 것 또한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양 전 회장은 부인과의 불륜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현직 대학교수를 집단폭행하고 가혹행위를 한 뒤 돈을 건넸다는 증언도 나온 상황이다. 또 직원들에게 염색을 강요하거나 사무실에서 비비탄을 쐈다는 폭로도 나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