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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루이뷔통은 아니다” 뒤늦은 읍소

입력 | 2018-10-30 03:00:00

유치원연합회측 교육위 국감 출석
머리에 밴드형 랜턴 쓰고 나와 “새벽부터 불켜고 일해… 도와달라”
유은혜 “불투명 회계 바로잡을 것”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김용임 전북지회장(뒤쪽)이 머리에 헤드랜턴을 쓴 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새벽부터 일하는 고충을 알아주세요.”

29일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김용임 전북지회장이 의원들의 질의 중 뭔가를 꺼내 들었다. 밴드형 헤드 랜턴이었다. 곧장 머리에 쓴 그는 “인부가 없어 아침에 내가 불을 켜고 일한다. 봉급도 못 받고 운영하는 어려운 유치원을 도와 달라”며 “우린 정말 불쌍하다. 월급도 못 주는 원장들이 많다”고 호소했다. 결국 눈물을 보이며 울먹이다가 이찬열 교육위원장의 제지를 받았다.

이날 국감장에선 비리 사립유치원 실명 공개 이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한유총 관계자들은 읍소와 함께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이덕선 위원장은 “교비를 잘못 쓴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사립유치원에 맞는 재무회계규칙이 없기에 법규가 제정되지 않으면 (상황이)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기관 중 사립유치원만 개인이 설립할 수 있다. 그간 사립유치원은 거의 개인의 생업으로 운영돼 왔는데 (법인이 운영하는) 사립학교에 적용되는 재무회계규칙이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은 “나는 아이들 30명을 돌보며 인건비도 못 받고 교사들 봉급을 주고자 아파트와 자동차도 팔았다”며 “사립유치원장들이 전부 ‘루이뷔통’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간 (사립유치원장들이) 교비로 명품백을 사거나 노래방을 가고 한유총 회비를 내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다. 돈이 얼마 들어갔고 나갔는지 더하기 빼기만 제대로 해도 된다”며 “회계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며 한유총 관계자들을 질타했다. 유 부총리는 “사립유치원이 공적 사용료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재무회계규칙 합의에 걸림돌이 됐고 불투명한 회계의 원인이 됐다”며 “이번 기회에 바로잡을 수 있는 대책이 계획대로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