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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자 전유물은 옛말”…공인중개사 응시자 절반이 2030

입력 | 2018-10-29 06:07:00

공인중개사 1차 시험현장…20만명 중 9만명이 2030
‘취업용·스펙쌓기용’ vs ‘창업 목적’



지난 27일 공인중개사 시험이 치러진 서울 소재 한 중학교.© News1

사설학원이 고사장 정문에 내걸은 플래카드.© News1


“전공 과목(부동산학과)이라 크게 생소하진 않아요. 그래도 시험 난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서 온라인 강의로 준비했습니다.”(대학생 A씨)

지난 27일 오전 제29회 공인중개사 1차 시험이 치러진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 정문 앞엔 중개사 학원이 걸어놓은 “합격을 응원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이곳저곳에 붙어 있었다. 응시자들은 조금은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고 바삐 고사장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눈에 띄는 점은 20∼30대 응시자들이 상당수였다는 사실이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50대 이상 퇴직자의 전유물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수험자 30대 이하가 약 절반…창업보다 ‘스펙’ 목적

고사장에 들어서자 25개 책상이 줄지어 수험생을 맞이하고 있었다. 결시자 5명을 제외하고 응시자 20명 중에 10명 안팎은 20∼30대로 보였다. 젊은층에서도 심각해지는 취업난에 중개사 자격증을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듯 했다. 실제로 이는 통계로도 잡힌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지원자는 Δ2014년 11만2311명 Δ2015년 13만7875명 Δ2016년 16만3180명 Δ2017년 18만4758명 Δ2018년 20만6401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올해 20대(2만3903명)와 30대(6만2552명) 응시자 수는 8만6455명으로 2013년(4만2780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대학생 응시자들은 중개사 자격증이 개업을 위한 목적보단 스펙을 쌓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졸업 후 건설사·신탁사·시행사 등 부동산 관련 업종 입사를 위한 준비단계라는 것이다.

대학생 A씨(부동산학과 전공)는 “합격 후에 당장 중개사무소를 개업하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우리 과 학부생 30% 이상은 자격증을 보유했고 나머지 상당수도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은 직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한다고 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전직·이직에 대한 고민은 모든 직장인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일단 자격증을 획득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퇴직한 부모님이 시험을 준비했지만 계속 낙방하는 등 공부에 버거움을 느끼셨다”며 “시험에 합격해 미래에 부모님과 창업을 하겠다는 계획도 있다”고 귀띔했다.

◇시장 포화라지만…저비용 창업에 ‘안성맞춤’인 중개사 인기 여전

공인중개사 시장은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폐업과 개업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합격자가 과도하게 배출되면서 치열한 출혈경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지난 5년간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는 Δ2014년 8956명 Δ2015년 1만4914명 Δ2016년 2만2340명 Δ2017년 2만3698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공인중개사시험 1회부터 지난해 28회를 치르는 동안 총 40만6072명이 자격증을 획득했다. 개업공인중개사수가 1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30만개의 자격증이 장롱 속에서 잠자고 있는 셈이다.

응시자들은 공인중개사 시장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과도한 경쟁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확대로 정보 접근성이 다양화돼 예년보다 중개사를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다만 중장년층에겐 여전히 중개사는 미래를 위한 마지막 보증수표란 인식이 강했다. 공인중개사는 창업 준비 자금이 자영업에 비해 적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자격증만 있으면 큰 부담없이 속전속결로 사무실을 차릴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들에겐 시험 준비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1차 시험은 부동산개론과 민법 등 2과목에 총 80개 문제가 객관식으로 출제되며 100분 안에 풀어야 한다. 익숙지 않은 법률용어와 부동산 관련 용어를 익히고 이해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날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을 빠져나가던 40∼50대 여성들은 문제와 답안을 유추해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같은 학원에서 시험을 준비했다고 했다. 주로 자녀가 등교한 후에 학원에서 1년 가까이 시험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도 어려운데 가정주부들은 오죽하겠느냐”며 “일단 기존 중개사무소에서 실무를 배운 후 창업을 준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1차 시험 합격은 평균 60점 이상이면 된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여서 응시자가 누구인지는 당락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시험지는 주최 측이 회수하지 않아 응시자가 직접 소유할 수 있었다. 가답안은 오후 6시에 공개됐다. 최종 합격자는 내달 28일 발표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