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간) 정오가 가까워지자 ‘라데팡스’로 알려진 프랑스 퓌토의 그랑드 아르슈(신 개선문) 앞 ‘파르비스’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라데팡스의 축’이라는 뜻이다. 점심식사와 산책을 즐기기 위해 나온 인파로 거리에는 활기가 넘쳤다. 곳곳의 푸드트럭에서는 쉴 새 없이 음식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거리 여기저기 놓인 테이블이나 그랑드 아르슈 앞 계단광장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라데팡스에서 제일 큰 거리인 이곳에서는 달리는 자동차를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상은 모두 보행자의 공간이었다. 1958년 계획된 ‘보행자 중심 도시’ 라데팡스의 모습이다.
● 보행안전·교통편의 모두 성공한 신도시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퓌토의 \'파리라데팡스\' 사무실에서 이 회사의 토마스 르두 마케팅 담당 이사가 2020년대 이후 개발될 라데팡스의 모습을 축소한 모형을 두고 보행 중심 도시로서의 라데팡스의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퓌토=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라데팡스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신도시 개발’로 꼽힌다. 편리한 대중교통, 파리와 8km 떨어진 우수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토탈, 탈레스 등 대기업을 포함해 500여 개의 기업을 유치했다. 이 중 40%가 외국 기업이고, 지난해에만 아마존 등 43개 기업이 새로 자리를 잡았다. 라데팡스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보행자 중심 도시’였다. 토마스 르두 파리라데팡스 마케팅 담당 이사는 “라데팡스는 도시계획 단계부터 지상의 자동차 통행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근로자가 일하고 싶고, 투자자가 투자하고 싶은 사람 중심의 경제 거점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파리라데팡스는 1958년 설립된 개발 총괄 조직 라데팡스개발청(EPAD)이 올해 1월 이름을 바꾼 것이다.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퓌토의 '라데팡스'에서 보행자들이 도시 중심부를 자유롭게 걷고 있다. 퓌토=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르두 이사는 “라데팡스는 60년 전 첫 계획을 고집하지 않고 환경과 생활 양상의 변화에 따라 미래 모습을 바꾸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하지만 보행자 우선 도시라는 지향점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라데팡스에서 교통사고로 보행자가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보행자 전용공간만 31만 ㎡에 달해 교통사고가 벌어질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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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행도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
9일(현지 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포럼(ITF)의 알렉산드 산타크루 도로안전연구원이 '안전한 도시거리' 모임을 소개하고 있다. 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이미 세계 주요 도시는 ‘보행 친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함께 행동하고 있다. ITF가 2016년 만든 도시 간 협의체 ‘안전한 도시거리’ 모임에 이미 북미와 유럽 등의 도시 48곳이 참여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참여해 연간 2차례 열리는 도시 간 회의에 참석하면서 뉴욕, 런던, 파리 등과 정보를 공유한다. 그는 “서울 등 한국 도시는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지 참여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