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9일까지 사이판 한국인 관광객 전원 귀국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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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태풍 ‘위투’가 할퀴고 간 사이판에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 1800여 명 가운데 28일까지 약 600명이 괌으로 이동하거나 한국으로 귀국했다. 하지만 여전히 1200명 안팎의 관광객은 전기가 끊기고 음식조차 구하기 어려운 사이판에 남아 있다. 정부는 29일까지 전원 귀국시킨다는 방침이지만 관광객들의 혼란과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 정전에 음식 재료까지 동나
군 수송기를 이용해 사이판에서 괌으로 이동한 뒤 귀국한 관광객들은 정부의 신속한 조치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28일 새벽 귀국한 임신부 박모 씨(26·여)는 “사이판에서 군 수송기에 탈 때 군인들이 귀마개를 나눠주며 친절하게 안내해 어려움이 없었다”며 “나는 빠져나왔지만 남은 관광객들은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모 씨(34·여)는 “괌으로 빠져 나왔을 때부터 군 수송기에 탄 사람들은 안도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28일 아시아나 항공기 편으로 사이판에서 귀국한 이모 씨(39)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어머니 심장약을 충분히 챙겨가지 않아서 귀국이 늦어지면 위급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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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언제까지 사이판에 머물러야 할지, 호텔 숙박은 계속 연장할 수 있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아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관광객 김모 씨(28·여)는 “26일 리조트에서 갑자기 ‘내일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고 해 밤중에 다른 숙소 4, 5곳을 돌았지만 빈 방을 찾지 못했다. 리조트 쪽에 사정한 끝에 간신히 숙박을 연장했다”고 토로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해 호텔 로비에서 밤을 지새운 관광객도 있다.
전기 복구가 늦어지면서 더운 날씨에 불편이 커지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 온 전모 씨(20·여)는 “밤에도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데 전기가 끊겨 엘리베이터와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 힘들다”고 말했다. 최모 씨(39)는 “리조트에 에어컨이 나오지 않아 9세, 3세 아이들의 몸에 두드러기와 발진이 생겼다. 온수도 끊겨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아이들을 씻겼다”고 전했다.
도로 사정이 열악하고 휘발유가 부족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태풍이 물러간 뒤 도로 정비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일부 도로는 쓰러진 야자나무 등으로 통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관광객 A 씨는 “주유소 앞에 기름을 넣기 위한 차량이 길게 줄을 서고 있어 택시운전사들도 ‘4~5시간씩 줄을 서야 기름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 군 수송기 탑승 놓고 갈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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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며 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사이판 체류 한국인들이 항공기 운항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여행사를 통해서 온 사람은 군 수송기 탑승 대상에서 빠진다”는 등의 내용이 퍼졌다.
정부가 투입한 군 수송기를 통해 27일 161명의 고립 관광객을 괌으로 옮겼고, 이들은 28일까지 모두 귀국했다. 28일에는 군 수송기가 4차례에 걸쳐 330명을 사이판에서 괌으로 이송했고, 이들도 대부분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사이판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258명 중에는 93명이 한국인이었다. 외교부는 “현지 공항 발권시스템 미비로 현장 판매가 안 됐다. 기존 예약자 중 빠른 일자부터 발권을 진행하다보니 중국인 탑승객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9일 4편의 국적기가 사이판에서 인천공항으로 운항하고, 군 수송기도 계속 운항할 예정이다. 정부는 괌으로 이동했다가 귀국하는 인원 등을 합치면 29일까지는 사이판 체류 관광객들이 전원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지 기상과 공항 사정 등 변수는 남아있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