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 모집 중단” 밝힌 경기 광주 유치원 이사장 격정 토로
그래픽=채한솔 인턴
일각에서는 A 이사장이 6개 유치원을 운영하는 ‘기업형’이라며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무기 삼아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그가 운영하는 유치원 중 1곳은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다. A 이사장은 정말 ‘장사꾼’일까? 그래서 고강도 대책이 나오자 모집정지 선언을 한 걸까? 25일 밤 A 이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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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에서 적발된 건 사실 아닌가.
“억울하다. 23년간 유치원 하면서 이전에도 감사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예전에는 문제없다던 게 갑자기 2013년 이후 감사에서 문제라고 했다.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다. 어느 날 갑자기 감사관이 와서 ‘이것은 틀렸다’고 하는데 당혹스러웠다. 우린 하던 대로 했을 뿐이었다.”
―감사 지적사항을 보면 설립자에게 수천만 원을 무단 이체하는 등 회계집행 부적정으로 적발된 게 많다.
“23년간 유치원 6개 세우는 데 200억 원 투자했다. 국가에서 10원도 지원받지 않고 내 사비 털어서 지금까지 했다. 그런데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로 유치원에서 400만 원씩 가져갔다고 감사 적발된 것이다.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왜 가져갔느냐는 게 교육부 논리다. 난 정말로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유치원 회계에 대한 규칙은 2017년 9월 처음 나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감사는 공립유치원 기준을 잣대로 감사했다. 그런데 200억 원 들여 유치원 세운 나랑 공립유치원이랑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국가는 내 잘못이고 보전하라고 해 다시 돈을 다 채워 넣고 시정명령에 따랐는데 몇 년 지나 2018년에 터뜨리고 ‘비리 유치원’이라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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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누리과정 지원금 얘기하는데 그것은 사립유치원에 준 것 아니지 않나. 학부모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하는데 (정부가) 귀찮으니까 유치원에 한 번에 다 넣어준 것 아닌가. 누리과정 지원금 없었으면 유치원들이 학부모들에게 받았을 돈이다. 우리는 대리수령만 했다. 정치가들이 표 얻으려고 학부모들에게 22만 원씩 지원하고 나서 왜 그걸 사립유치원이 횡령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유치원이 여럿인데 8개월 전 60억 원을 들인 새 유치원은 왜 설립했나.
“처음 유치원을 시작한 건 광주지역에 우리 아들이 다닐 유치원이 없어서였다. 유치원도 없고 계속 (추첨에) 떨어져 차라리 내가 하나 세우자 한 거다. 이번에는 광주에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데 유치원이 부족했고 그 때문에 기존의 우리 유치원 대기자가 400명이 넘어갔다. 교육청은 나 몰라라 하고 있고…. 그쪽에 미리 사둔 땅이 있어 건물을 지었다. 나는 사립이니까 (아껴서) 60억 원 들여 지었지 공립은 (정부 돈으로 하니까) 단설 하나에 100억 원을 들여 지어야 한다. 연간 운영비도 10억∼20억 원이 든다. 내가 지은 단설 유치원 6개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600억 원 들여 건물 짓고 연간 최대 120억 원을 투자해야 운영된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하려면 1조 원이 필요하다. 국가가 무슨 수로 그 비용을 다음 세대에 지울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아이들도 줄어드는데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도 돈이 벌리니까 유치원 계속 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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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나.
“제일 답답한 게 국가의 획일화다. 누리과정 들어오고 나서 교재가 생겼다. 유치원은 원래 교재가 있으면 안 된다.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교구를 이용하고 밖에 나가 뛰어놀아야 하는데 요즘은 책이 대신한다. 예를 들어 숲에 있는 유치원이라면 주 1회 숲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책으로 숲을 배우고 숲 교육이라고 한다. 말이 안 된다. 이번 비리유치원 파문이 가라앉아도 아이들에게 이미 유치원장은 나쁜 사람이 돼버렸다. 유치원 문을 닫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교육자로서의 명망이 다 깨져버렸다는 거다. 더 이상 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빠져주고 국가가 대신 하겠다니 많은 예산 들여 고용창출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 모든 사립유치원장 마음이 같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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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