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언론 “영사관 500m 떨어진 곳… 얼굴 못 알아볼 정도로 훼손돼” 우물 수색은 사우디서 거부 불발… 에르도안, 암살팀 동선 분단위 공개 트럼프 “역사상 최악의 은폐사건”… 美, 암살 연루 21명 비자 취소
‘잔인한 악수’… 카슈끄지 아들 위로하는 사우디 왕세자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피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아들 살라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며 악수하고 있다. 살라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라고 지시했을 수도 있는 살만 왕세자를 응시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이 사진을 두고 ‘잔인한 악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리야드=AP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시신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시신은 카펫으로 싸여 현지 공범에게 전해졌다”고 주장해 왔다. 터키 언론 보도가 사실로 밝혀지면 사우디 정부의 거짓말이 또 드러나는 셈이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우발적인 싸움에 의한 사망”이라며 계획 살인 가능성도 부정해 왔지만 23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사우디 암살팀의 동선을 분 단위로 공개하며 ‘계획 살인’ 정황을 알렸다.
버려진 사우디 영사관 車에 카슈끄지 소지품 23일 터키 경찰이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소지품이 발견된 차량이 주차돼 있던 이스탄불의 공영 주차장을 수색하고 있다. 카슈끄지의 가방 3개와 컴퓨터, 옷가지 등이 사우디 영사관 소유의 이 차량에 실려 있었다. 이스탄불=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3일 “(카슈끄지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은폐 사건이며 이 일을 저지른 사람은 누구든 큰 곤경에 처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전날에도 그는 “우리는 아직 만족스러운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사우디 정부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앞장서 ‘사우디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사우디 왕실 및 정부를 두둔해 왔던 미국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카슈끄지 사건에 책임이 있는 21명에 대해 미국 비자 취소 및 발급 금지 조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첫 제재다. 사우디 정부는 살해에 직접 가담한 암살팀 15명, 운전기사를 포함한 사건 연루자 3명 등 18명을 체포한 상태다. 미국은 사우디 정부가 체포한 18명 외에 추가된 3명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미국은 국제 마그니츠키 제재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마그니츠키 제재는 살해나 고문 등의 범죄를 저지른 외국 공직자에 대해 미국 입국 거부, 자산 동결 등의 조처를 하는 것이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3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환하게 웃으며 행사장에 들어선 그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주변의 요청에도 흔쾌히 응하며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카슈끄지의 아들 등 유족을 만나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