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 유치원 설립계획 없이 조성… 젊은 부부 몰리자 유치원 부족 사태 ‘기업형 사립’ 우후죽순 들어서… 정부 근시안적 행정이 화 키워
21일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동탄 지역 사립유치원 학부모들과 자녀 등 800여 명이 ‘사립유치원 개혁과 믿을 수 있는 유아교육을 위한 집회’를 열고 국공립유치원 확충,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성=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2일 경기 화성시 동탄1신도시에서 만난 이보영 씨(41)는 내년 유치원에 진학할 자녀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이 씨는 “집에서 걸어갈 만한 공립 단설유치원(단독건물을 갖춘 유치원)은 단 한 곳뿐”이라며 “인근 대부분의 사립유치원에서 비리가 적발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 데리고 있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동탄1신도시에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은 이 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이 지역 사립유치원은 8곳으로 이 중 5곳이 이번에 공개된 사립유치원 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드러났다.
동탄신도시 지역은 전국 평균보다 젊은 인구가 더 많이 사는 곳이다. 동탄1∼6동의 9세 이하 어린이는 4만8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16%를 차지한다. 국내 전체 인구 중 9세 이하가 8.37%인 점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어린이가 많은 동탄신도시는 사업적 관점에서 유치원을 짓기 좋은 ‘기회의 땅’이었다. 비리 혐의가 드러난 유치원 5곳은 2010년 즈음 세워졌다. 당시 동탄신도시는 유치원이 부족했다.
학부모들은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외치고 있지만 사실상 가능성은 희박하다. 동탄1신도시 내 공립 단설유치원은 단 두 곳뿐이다. 입학 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의 학부모가 자녀를 사립유치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 그나마 2008년부터 개발된 동탄2신도시엔 6곳의 공립 단설유치원이 있다. 화성오산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동탄1신도시엔 단설유치원을 지을 부지가 전혀 없다. 2신도시에선 그나마 부지 확보를 해 설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비리 유치원 파문으로 동탄지역 내 상당수 유치원이 내년도 입학설명회를 연기했다. 내년에 딸을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던 장모 씨(38)는 “10월이면 원아모집 접수를 받을 때인데 (접수 등) 모든 것이 멈췄다”고 말했다. 한 유아교육과 교수는 “공립유치원 건설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 없이 사립유치원 인가를 내준 정부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화성=박은서 clue@donga.com / 장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