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바그너
차이콥스키는 초기의 관현악 작품들이 바그너의 영향을 너무 짙게 받았다는 질타를 스승인 루빈시테인 형제들로부터 받았습니다. 말러의 초기 작품들은 브람스를 위시한 보수적인 빈 음악계 원로들로부터 경원시되었습니다. 푸치니의 첫 오페라 ‘빌리’도 바그너를 연상시키는 점이 많아 당시 이탈리아 오페라 제왕이었던 베르디가 걱정을 표시했습니다.
오늘날 돌아보면 이들을 빼놓고는 19세기 말 유럽 작곡계의 풍성함은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이 세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바그너의 세계를 교향악에 구현했다’는 평을 듣는 브루크너는 물론 시벨리우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셀 수 없이 많은 작곡 거장들이 바그너의 영향을 짙게 받았습니다. 바그너와 같은 해 태어난 베르디의 오페라가 ‘편하고 아름다운 살림집’을 지었다면, 바그너의 음악극은 ‘육중하고 압도적인 성당’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음악적 건축술’의 혁신을 이루었다는 점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는 당대 서양음악의 음계와 화음,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었습니다.
이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이 올해부터 2020년까지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됩니다. 유럽 ‘조형연극’ 개념의 대표자로 알려진 명연출자 아힘 프라이어의 손에서 태어나는 ‘반지’ 연작입니다. 첫 무대인 ‘라인의 황금’은 올해 11월 1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유윤종 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