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거리핵조약 파기’ 놓고 전세계 술렁
○ 러시아 “INF 파기 재앙 될 것”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 압박은 연일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INF 파기 이유로 “모스크바가 합의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앞서 케이 베일리 허치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재 미국 대사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달 들어 “러시아가 INF를 위반하고 비밀리에 미사일 지상 발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가동하기 전 제거도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최근 실전 배치된 러시아의 9M729가 중거리 미사일 성능을 지니고 있어 INF 조약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INF를 체결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INF 파기 시도는 비핵화 노력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며 “지구상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 트럼프의 진짜 목표국은 중국?
중국 매체들은 트럼프의 INF 파기 발언이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중국이 INF 체결국이 아니란 이유로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 새 협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우리도 해당 무기들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을 끌어들였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도 3월 미 태평양사령관 시절 “INF에 중국도 포함돼 있었다면 중국 미사일 전력의 95%는 조약 위반이었을 것”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와 INF를 맺고 있어 이에 필적할 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 또 시작된 트럼프식 협상, 동맹국 “위험한 선택”
미-러 핵무기 갈등이 커지면서 러시아 중거리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에 놓인 유럽 국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INF가 후속 협정 없이 파기된다면 러시아가 유럽 쪽으로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INF는 유럽 안보의 전략적 안전에 중요한 조약”이라며 파기를 만류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도 “INF는 지난 30년간 유럽 안보의 축이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 중거리핵전력조약 (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중거리 핵무기 폐지에 관한 조약. 양국 간 사거리 500∼5500km의 중·단거리 탄도 순항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은 846기, 소련은 1846기의 핵미사일을 폐기했다. 냉전시대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조약으로 평가된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한 중거리 핵무기 폐지에 관한 조약. 양국 간 사거리 500∼5500km의 중·단거리 탄도 순항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은 846기, 소련은 1846기의 핵미사일을 폐기했다. 냉전시대 종말의 시작을 알리는 조약으로 평가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위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