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난기류]해 넘기는 트럼프-김정은 2차회담
○ 지나친 낙관론 속 어그러지는 시간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19, 20일(현지 시간) 잇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 이후라고 언급하자 한반도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중간선거 유세 일정을 이유로 회담 일을 “11월 중간선거 이후”라고 밝혔을 때부터 예견됐다는 것. 중간선거 전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는 정치적 요인을 제외하면 미국으로서는 굳이 정상회담을 서둘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기류 속에 계속 지연되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 일정은 당초 청와대가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이르면 10월 말도 가능하다”고 기대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 종전선언 및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정부가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힌 빅 이벤트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행 시 한미 간 외교적 마찰이 생길 여지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선의(善意)만 믿고 낙관적인 전망하에 비핵화 로드맵을 구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은 최소화하면서 정치적 타협을 하려는 상황에서 자칫하면 정부가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같은 편에 서서 미국을 압박하고 고립시키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비핵화 실무 협상부터 다지려는 폼페이오
정부는 아직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비핵화 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연내 개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만나자”고 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아직 첫 회동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북측의 제재 완화 요구와 미측의 비핵화 이행 조치 요구가 팽팽히 맞서면서 회동 장소 같은 실무 논의조차 합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회담을 갖고 한미 간 비핵화 협상 방안을 조율했다. 앞서 19일 베이징에서 쿵쉬안유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협의한 내용을 공유하고 향후 북한과의 협상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의 회동은 이번이 10번째. 외교소식통은 “한미 양국의 북핵 협상 대표가 비공개 회동을 포함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이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