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범행 당시 우울증” 감형 주장 시민들 “강력 처벌” 靑청원 역대 최다… 법조계 “법원 심신미약 인정 안할듯”
아르바이트생이 목숨을 잃은 서울 강서구의 PC방 앞에서 21일 한 시민이 추모하는 글을 쓰고 있다. 뉴스1
형법에는 ‘심신장애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자기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해 감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 씨의 경우 심신미약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법원, 계획범죄에는 심신미약 인정 드물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김 씨가 범행을 계획할 만한 상태였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한다면 심신미약이라는 김 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도 정신장애 3급과 지적장애 3급인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1·2심 법원은 “철저히 범행을 계획했다”는 이유로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 씨를 치료한 서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남궁인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씨가 흉기로 신 씨의 얼굴과 목 등을 32차례 집중 공격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심신미약이었다는 (김 씨의) 이야기는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이 피고인의 우울증만을 이유로 감형한 전례도 많지 않다. 올 3월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최이문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혜랑 대구지법 판사의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피고인의 심신미약과 심신상실이 인정된 1·2심 판결 305건 가운데 우울증만을 이유로 심신장애가 인정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 심신미약 인정되더라도 중형 선고 가능
일각에서는 강력 범죄자들이 정신질환을 앓는 척하면서 감형을 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법원의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은 1, 2개월에 걸친 관찰·추적 조사로 진행된다. 김 씨는 22일부터 30일간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에서 우울증으로 인해 범행을 벌였는지 여부를 조사받게 된다. 경찰은 조만간 심의위원회를 열어 김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수사 단계에서 정신감정을 받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전문의의 정신감정이 이뤄질 수 있다. 초등학생을 유괴해 잔혹하게 살해한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 주범 김모 양(18)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총 3차례 정신감정과 심리검사를 받았고, 법원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