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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윤상호]‘추모의 벽’

입력 | 2018-10-19 03:00:00


서울과 워싱턴에서 번갈아 매년 개최되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 같은 한미 주요 군사 현안이 논의되는 자리다. 워싱턴에서 열릴 때는 국방부 장관 등 우리 군 관계자들이 시내의 한국전쟁기념공원을 찾아 헌화, 참배하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된다. 백발이 성성한 미 참전노병들도 참석해 먼저 떠나보낸 전우들을 추모하며 감회에 젖는다. 공원 내 기념비엔 ‘전혀 알지 못하고, 만나본 적 없는 나라의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부름에 응한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적혀 있다.


▷6·25전쟁 당시 미국은 가장 먼저 유엔기를 든 전투부대를 파병했다. 전쟁 기간 연인원 178만여 명이라는 최대 규모의 병력을 보냈고 13만여 명의 전사상자(전사 3만6000여 명)를 냈다. 워싱턴을 포함해 42개 주엔 그 고귀한 희생을 기리는 140여 개의 한국전 참전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이들 시설에선 유엔의 날(10월 24일)이 되면 각종 기념행사도 열린다. 60여 년 전 대한민국을 위해 산화한 영웅들을 기리는 징표이자 혈맹의 상징이다.

▷워싱턴의 한국전쟁기념공원 바로 옆 베트남전기념공원엔 미군 전사자(5만8260여 명) 이름을 연도별, 알파벳순으로 새긴 참전비가 벽의 형태로 세워져 있다. 미 한국전 참전용사단체들은 10여 년 전부터 한국전쟁기념공원에도 미군과 카투사(미군 배속 한국군) 전사자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Wall of Remembrance)’을 건립하기 위해 뛰고 있다. 현지 교민들도 함께 뛰어 2016년 설치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하는 결실을 거뒀다.

▷하지만 첫 삽을 뜨려면 난제가 적지 않다. 약 280억 원이 들어가는 총사업비의 85%를 사전 모금해야 건축 허가가 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모금액은 5억 원 남짓.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최근 150만 정회원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립비 모금운동에 나선 이유다. 한국을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구출한 동맹의 가치를 되새기는 데 동참의 손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함께 피 흘린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은 한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지름길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