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유지 속 대북투자 움직임
10월 17일자 A1면.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및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의 곡물회사 외에 발전설비, 농기계 분야 업체들도 방북을 추진 중이다. 독일에서는 기술·기계 분야 업체들이 나진, 선봉 지역을 눈여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한 업체는 북한의 천연자원에 관심을 표명하며 국내 관련 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다는 전언이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북측과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기업들도 늘었다.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지의 기업이 각국의 한국 주재 대사관을 통해서 투자 컨설팅 요청을 해오고 있다”며 “북한을 잘 몰랐던 해외 중견기업 중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의 북한투자전략팀은 최근 “이르면 올해 말부터 남북 경협 시대가 본격화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투자 자문회사인 ‘GPI컨설턴시’는 대북 투자에 대한 유럽인의 관심이 늘면서 다음 달 중순 유럽 일부 언론매체 기자단의 방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7일 보도했다. 이 회사의 폴 치아 대표는 “기자단 방북은 올해 2번째”라며 “북한의 정치와 경제, 특히 대북 투자 가능성을 알아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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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북핵 전문가들은 대북 투자 기회를 노리는 기업들의 행보를 여전히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감이나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대북 투자를 선점하려는 조급증이 결과적으로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줘서 비핵화 협상 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며 “제재가 완화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대북사업을 논의하기에 앞서 지금은 북한 비핵화 진전 노력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