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총학 긴급공지… 불안 확산 “여성 상대 범죄로 10년형 살다 출소”, 야간실습 학생들 날 밝아야 하교 일부 카톡방선 실시간 ‘위치’ 공유… 당사자 “잘살아 보려는데 억울”
“여러분 꼭 확인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너무 가까이에 있는 범죄입니다.”
13일 고려대 안암캠퍼스 재학생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총학생회가 보낸 ‘긴급 공지문’을 받았다. 학교 주변에 성범죄자가 거주하고 있으니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검색하고 조심하라는 내용이었다.
총학생회가 긴급 조치에 나선 것은 성범죄로 신상이 공개된 A 씨가 고려대 후문에서 100m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A 씨는 20대 여성 6명을 성폭행 또는 간음하려다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10년형을 받은 뒤 올 8월 출소했다. A 씨의 집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과 기숙사에서 가깝다. 현재 성범죄 전력이 공개된 사람 가운데 고려대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은 A 씨가 유일하다. 김태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A 씨는 특정 연령대 여성에게 가해를 했던 사람이고 학교 근처에 살고 있으니 안전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불안이 커진 배경에는 최근 대학가에서 잇따르는 성범죄가 한몫하고 있다. 식당 아르바이트생 박모 씨(28)는 동덕여대 강의실과 복도 등지에서 음란행위를 한 뒤 사진과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15일 경찰에 붙잡혔다. 동덕여대 학생 중 일부는 16일 교내에서 열린 이 사건 관련 공청회에서 박 씨가 알몸으로 강의실 등 곳곳을 휩쓸고 다닌 만큼 박 씨의 몸이 닿았을 수도 있는 책상과 의자를 전면 교체해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고려대에서도 5월 이 학교 졸업생 김모 씨(33)가 도서관 열람실에서 여성의 신체 사진 10여 장을 불법촬영하다 체포된 적이 있다.
재학생 김모 씨(20·여)는 “요즘 성범죄 사건이 워낙 많은 데다 학교 주위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무섭다”고 토로했다. 재학생 이모 씨(19)는 “학내 도서관 몰카 사건 이후 학생들이 더 예민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A 씨는 본보 기자와 만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학생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금은 여기에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쁜 짓을 한 건 안다. 이제 안 그럴 것이고 진짜 잘 살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A 씨는 매일 보호관찰관에게 자신의 위치와 일과를 보고하고 있다. 경찰은 일주일에 한두 차례 전화를 하고, 3개월에 한 번꼴로 대면 면담을 한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