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그를 보고 있자면 타고난 재능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고교 졸업 후 2006년 KBO리그 한화에 입단할 때부터 그랬다. 류현진은 입단 후 첫 전지훈련 때 팀 선배 구대성으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웠다. 한두 달 만에 익힌 그의 체인지업은 단숨에 명품 구종이 됐다. 수많은 타자의 방망이가 그의 체인지업 앞에서 헛돌았다.
류현진은 요즘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다. 5일 열린 애틀랜타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를 대신해 1선발로 등판했다.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도 그는 7이닝 4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하지만 올 시즌 그는 한층 진화된 괴물이 돼 돌아왔다. 이 같은 반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장 큰 요인은 성공에 대한 욕구였다. 이전의 류현진은 절실할 일이 별로 없었다.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승승장구했다. 누구나 그를 우러러봤고, 어디를 가나 좋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 뒤 달라진 세상인심을 절감해야 했다. 스폰서와 광고가 뚝 끊겼고, 만나자는 사람도 확 줄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었다. 재활은 인내와의 싸움이다. 힘겨운 재활 기간중에 그는 지금의 아내가 된 배지현 아나운서를 소개받았다. 야구를 잘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이다. 둘은 올해 1월 결혼에 골인했다. 애틀랜타를 꺾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진출을 결정지은 9일에도 부부는 팀이 주최한 샴페인 파티에 함께 참석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류현진은 ‘빅게임 피처’로 거듭나면서 대박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러 가지 동기 부여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천재 소리를 듣던 많은 선수가 재능을 과신하다 제대로 꽃피우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한다. 한때 천재였던 류현진은 요즘 노력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천재가 노력하면 이렇게 무서워질 수 있다.
이헌재 스포츠부 차장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