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우르르 쾅!”
고요한 적막을 깬 것은 진도 ‘6강’의 지진. 이불을 덮고 자던 사람들이 급히 일어서려 했다. 함께 있던 기자도 베개를 겨우 찾아 머리를 감싸며 엎드렸다. 하지만 격렬한 진동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난 달 28일 오후 6시 도쿄(東京) 도시마(豊島) 구 도쿄소방청 이케부쿠로(池袋)방재관. 이불과 베개가 놓인 지진 체험실 바닥이 움직이자 30여 명의 참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앞이 보이지 않아 대피가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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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4일 태풍 ‘제비’로 인한 오사카(大阪) 간사이 국제공항의 고립 및 정전 사태, 이틀 뒤인 6일 새벽 홋카이도(北海道) 강진(진도 6강) 등 9월 한 달간 일본에서는 자연 재해가 잇달았다. 재난에 따른 정전으로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진 대피에 이어 화재 대피 체험은 연기 가득한 약 16㎡(5평) 남짓한 공간에서 탈출하는 것이었다. 교관은 “천이나 물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허리를 굽힌 채 오리걸음으로 대피해야 하고 연기 확산을 막기 위해 마지막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 했으나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일정 높이 이상 허리를 들면 ‘삑’하는 경보음도 자주 울렸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동아일보가 일본 기상청의 지진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간 발생한 진도 6약 이상의 강진 26건 중 밤이나 새벽에 발생한 비율은 69.2%(1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건 중 7건 가까이 밤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방재 용품 전문 매장에서도 야간 및 블랙아웃 시 대피에 도움이 되는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에 문을 연 ‘세이숍’에서는 화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충전이 가능한 이동용 전기 발전기나 쓰나미 태풍 등에도 불을 피울 수 있는 방수 성냥, 동결 건조해 유통기한을 늘린 ‘서바이벌 푸드’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방재 전문가인 히라이 히로야(平井敬也) 씨는 “화재, 상해 등 2차 피해를 막아주는 상품들이 주목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네다 마사시(金田正史) 도쿄소방청 이케부쿠로방재관장은 “야간 및 블랙아웃 상황에서의 대피를 위해 평소 손전등이나 소화기 등을 찾기 쉬운 곳에 두고 물건 정리를 통해 대피 공간을 마련해 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