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의류청정기’ 개발 스토리
삼성전자가 최근 첫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를 출시했다. 왼쪽부터 제품 개발과 기획에 참여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김경한 프로, 김현숙 상무, 우지현 프로. 오른쪽 사진은 에어드레서 문을 열었을 때의 내부 모습으로 옷 안팎으로 바람을 분사하는 특수 옷걸이에 셔츠와 정장 재킷 등이 걸려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14년 한국에 미세먼지 문제가 본격화됐다. 옷에 붙은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 정도로는 뗄 수 없고 오히려 집 안에서 날아다니면 폐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그해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에는 때가 있다”며 먼지와 냄새 제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그렇게 5년간 본격화한 기술을 총망라한 제품이 최근 출시한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의류관리기가 아닌 ‘의류청정기’라는 새로운 제품군으로 에어드레서를 선보였다. 먼지를 수백 회 털어내는 기존 진동 방식과 달리 전용 옷걸이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때문에 ‘관리’보다는 ‘청정’이라는 단어를 썼다. 제품 기획에는 삼성전자 내에서 ‘세탁기 엄마’라고 불리던 김현숙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투입됐다.
에어드레서는 제품 위아래로 분사되는 ‘제트에어’가 옷에 묻은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미세먼지’ 전용 코스를 사용하면 25분 이내에 미세먼지를 99%까지 제거할 수 있다. 김 상무는 “강한 선풍기 바람을 쓰는 수준이라 25분에 전기료는 8원 든다”고 했다.
진동으로 먼지를 흔들어 떨어뜨리는 기존 제품과 달리 에어 기술을 사용한 덕에 소음 문제도 해결했다. 표준 모드로 작동하면 일반 사무실 수준인 42dB이고 저소음 모드로 작동시키면 도서관 수준인 38dB까지 떨어진다. 거실이나 옷방이 아니고 안방에 놓고 써도 된다는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2004년부터 연구해 온 ‘광(光)촉매 필터’ 기술도 에어드레서에 적용되면서 10여 년 만에 제대로 빛을 봤다. 단순히 냄새를 옷에서 분리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빛으로 냄새 입자를 완전히 분해하고 재흡착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에어드레서 문을 열었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데에 주력했다고 한다.
김 상무는 “에어드레서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미처 몰랐던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반드시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며 “생활의 공간과 격을 바꿔주는 ‘생활 가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