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어떤 곳에 취업하고 싶어 하는지를 보면 그 나라의 고용 상태와 함께 전반적인 경제 활력의 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매년 조사하는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4년제 대학생·졸업생 25.0%가 취업 선호도 1위 직장으로 공기업을 꼽았다. 그 다음인 민간 대기업은 그에 못 미치는 18.7%였다. 또 대학생 5명 중 1명이 각종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는 무엇보다 직장이 안정되고 연금을 포함한 보수가 많기 때문이다. 공기업은 일반 공무원보다 보수는 더 많고 일은 적기 때문에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공기업 직원의 평균 연봉은 7800만 원이고 한국투자공사의 경우 1억1000만 원이 넘었다. 청년들의 선택을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런 선택이 국가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 경쟁력은 두뇌다. 우수 인재가 공무원·공기업에 몰리는 나라와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민간기업·벤처에 몰리는 나라의 미래는 이미 승부가 갈린 것이나 다름없다. 작년 무역협회가 낸 보고서를 보면 중국 대학 졸업생이 구직 대신 창업하는 비율은 8%로 한국의 0.8%에 비해 10배다. 미국 대학 캠퍼스에는 스타트업 그룹 활동이 활발하고 졸업생의 창업비율도 10% 수준이다. 한국의 대학 도서관에 가보면 전공 서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고 고시 또는 공기업 수험서적을 펴놓고 있는 자리가 태반이다. 이런 선택에는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창업 환경 탓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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