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무게를 견뎌라/심재우 지음/268쪽·1만8000원·산처럼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흠흠신서’에 그가 적어 놓은 집필 동기다. ‘흠흠신서’는 중국과 조선에서 발생한 여러 살인 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사건 처리 문제점과 비평 등을 덧붙인 법률서이자 형법, 수사학 지침서다. 그는 살인사건 등의 1차 조사 및 처리를 담당해야 할 지방관들의 무거운 책임을 일러주고자 했다.
이 책은 정치학, 철학, 과학, 경제 등 다양한 학문에 일생을 바쳐온 정약용의 법학자적 면모에 주목한다. 저자는 “다산이 가진 여러 면모 가운데 법학자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며 연구 활성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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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나이로 관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암행어사에 임명돼 전·현직 수령들의 수많은 비위행위를 목도했다. 마지막 관직인 형조참의 시절에는 정조 재위기간에 벌어졌던 형사 사건에 관한 수사, 검시, 재판기록을 모아놓은 ‘상형고’를 열람했다. 법 집행 관리로서 백성들의 누명을 풀어준 적도 많았다. 저자는 이런 그의 경험이 “전무후무한 판례연구서 ‘흠흠신서’를 편찬하는 데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법관의 중립적인 태도도 강조했다. 그는 법관의 덕목으로 옥사를 신중히 처리하고 옥사에 연루된 자를 불쌍히 여긴다는 뜻을 지닌 ‘흠휼(欽恤)’을 꼽았다. 또 철저한 진술 청취, 명쾌한 판단과 신속한 옥사 처리, 뇌물 수수 금지를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