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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산림 상상 이상으로 훼손…복원에 ‘원전 건설’이 답!

입력 | 2018-09-23 20:00:00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의 수장인 에릭 솔하임(Erik Solheim) 사무총장을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솔하임 씨는 지난 8월 말 북한 조림과 기타 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나는 그가 어떤 조건으로, 무슨 배경으로 북한에 초대됐는지 알지 못한다. 북한의 산림 훼손 상황은 어떤지, 북한 당국이 무슨 도움을 요청했는지 물었지만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만한 시원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오히려 북한의 현 상황을 잘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북한 당국자들이 그에게 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었을 테니까. 혹은 그가 북한의 의미 없는 초대에 성급히 응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그에게 유엔이 북한 조림을 위해 도움을 주려면 사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두 가지에 대해 조언했다. 북한 내부와 외부의 역학관계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우선, 정보의 갭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부처 간 의견 소통이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영어로 제공된 정보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외부로 나가는 산림 관련 정보를 국제기구용과 남한용으로 나누고, 국내용은 별도로 두는 것처럼 보인다. 

둘째, 우리의 문제다. 과거 수차례 개최된 남북 장관급회의에서도 조림 지원이 안건으로 상정된 바 있다. 이때 북한은 국토환경성이, 남한은 환경부가 파트너가 돼 논의를 이끌었다. 국토환경성은 조림의 행정 권한이 있는 반면 우리는 환경부가 아닌 산림청이 권한과 기술 경험을 갖고 있어 미스매치(miss match)가 발생한다. 환경부의 파트너인 UNEP가 북한 조림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한국 정부와 산림청의 내부 사정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그 또한 낭패다.

세계 유일 국가 차원 조림 성공 국가 ‘한국’북한 조림사업은 수행의 어려움과 실패 가능성을 간과한다면 매우 매력적으로 보인다. 총 사업비가 최대 50조 원에 달할 수 있고, 기간도 30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대규모 인공조림이 집 마당에 조경수 심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도나도 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지구 역사상 국가 차원의 조림에 성공한 국가는 아직도 대한민국이 유일할 정도로 어렵고도 힘든 사업이다. 

산림청에서 마련하고 있는 북한 산림복구 계획은 국제협력 관계 구축 방안과 전략에 구체성을 더해야 하고, 기대편익도 추상적·포괄적인 것을 배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국제기구로부터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구상한다면 확보 가능한 재원은 무엇인지, 재원 확보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지 워크숍, 학술대회 및 공동연구 등을 통한 정보 교류 및 단기적 협력을 계획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곤란하다. 

지금까지 대북지원을 위한 남북 간 네트워크, 남한-국제기구 간 네트워크, 북한-국제기구 간 네트워크를 보면 각각의 협력 담당 조직이 서로 다르다. 이러한 네트워크 구조의 차이는 남한이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 산림 복원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기구를 활용할 때 남한, 북한, 국제기구가 동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사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재원 확보도 문제다. 소요 예산의 전부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재정적으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사회계층 간, 이념집단 간 첨예한 갈등만 유발할 뿐이다. 따라서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국제금융기구의 도움도 절대적이다. 그런데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선 기구 가입은 물론,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준수하며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이 대주주인 세계은행과 일본이 대주주인 아시아개발은행 등 대부분의 국제개발은행은 시장경제체제로의 개혁, 그리고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 공여국의 승인을 받아야 가입이 가능하다.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의 회원으로서 개발 협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체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첫째, 국가의 거시경제지표 등 기본적인 통계 정보의 공표. 둘째, 국가 빈곤극복전략 수립 등 국제금융기구가 요구하는 조건 수용. 셋째, 무역 및 외환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체제 정비. 이 세 가지다. 과연 북한 조림사업 착수 이전에 가능할 일일까? 한국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상상 그 이상의 훼손 상황

2014년 북한 개성공단 인근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식목 행사를 벌였다.

지난 5월 개최된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첫 회의에서 산림협력 연구 태스크포스(TF)를 두기로 했다. 산림협력이 비정치적인 이슈로 대북제재 위반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런데 청와대가 북한 조림사업의 중차대함을 사전에 인지하고 지원을 위해 고려할 사항의 우선순위를 잡고 회의에 임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북한 비핵화 관련 세간의 관심을 받은 축약어 ‘CVID’는 산림학자인 내게 전혀 다른 의미로 들린다. CVID는 ‘완전(complete)하고 검증 가능(varifiable)하며 불가역적인(irreversible) 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을 북한 산림 황폐화에 대입해보면 완전하게, 그리고 눈으로도 쉽게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황폐해져 있다. 게다가 나의 판단으로는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가역적인 산림 훼손(deforestation) 상황까지 간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녹색성장위원회에서 북한조림 TF를 꾸려 자료를 정리하면서 바라본 북한 산림의 훼손 상황은 상상 그 이상이어서 경악했다. 훼손 상황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는 과거나 현재나 부족하다. 어쩌면 북한 당국도 잘 모를 수 있다. 개략적으로 추산하면 지난 30여 년간 북한의 전체 국토 면적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300만ha의 숲이 사라졌다. 북한의 에너지난에서 시작된 산림 황폐화는 홍수로 인한 산사태, 농지 훼손, 토지 황폐화, 가뭄, 식량난, 산림 훼손, 홍수, 산사태로 이어졌다. 매년 서울 면적의 두 배 이상 산림이 사라진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산림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제의 시발점인 셈이다. 

북한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산림 강국이었다. 어떻게 순식간에 산림이 훼손되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산림과 인류 문명의 발달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숲이 있어서 강물이 흐르고 강 주변에 문명이 발생한다. 약 5000년 전부터 인류는 농업혁명을 이루고 집단 거주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땔감과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산림 벌채가 시작된다. 심각한 산림 훼손으로 주변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수자원의 고갈과 먹이사슬이 무너지는 악순환 끝에 문명의 종말을 맞이하는데, 현재 일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서서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북한 상황도 별로 다를 게 없다. 그러나 북한 산림의 궤멸은 원자력이라는 좀 이색적인 정치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다른 선택, 다른 결과

1950년대부터 북한 김일성은 미국의 핵 위협을 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핵무기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1956년에는 소련과 핵 관련 연구 협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당시 소련은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 유일한 핵 지배자임을 자처하며 북한과의 정보 교환을 꺼렸다. 소련은 당시 중국과 북한에 핵기술을 제한적으로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수상 흐루시초프는 중국이 외부의 도움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1964년 최초의 핵실험에 성공하자 북한도 독자적인 핵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지원을 사실상 거부한다. 

우여곡절 끝에 소련으로부터 2~4GW 실험용 원자로를 구입하고 1967년에 가동을 시작하면서 김일성은 소련에 원자력발전소 추가 지원을 부탁하지만, 소련은 이를 완강히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북한이 실험용 원자로 설치와 시험 가동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공유하지 않고 비밀에 부쳤기 때문인데, 소련은 이런 북한의 태도가 향후 북한에 의한 핵무기 확산 우려와 맞닿을 거라고 판단했다. 

1973~74년, 북한은 핵 발전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는 세계적인 원유가 폭등 때문이었다. 당시 국제 유가는 3~4배 뛰었고 소련이 제공하는 원유가도 국제 유가보다는 낮았지만 북한에는 심각한 부담이었다. 이 시기에 워싱턴은 박정희의 요청을 받고 대한민국에 원자력발전소와 기술을 제공했다. 반면 크렘린은 북한에 그런 행운을 주지 않았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나 김일성 당시 주석 모두 핵무기 개발이라는 유혹을 떨치지 못했지만 대처 방향은 미국과 소련이 확연히 달랐다. 미국은 대한민국에 민간용 핵발전소를 허락한 반면 소련은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산림에서 땔감을 주로 얻던 남북한의 명운이 극명하게 갈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원전이라고 본다. 박정희는 원전을 확보한 후 구공탄이라는 보급형 에너지를 추가 보급함으로써 에너지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새마을운동과 ‘치산치수’를 통해 국토녹화사업에 성공하고 세계 최고의 압축성장을 이뤄냈다. 반면 에너지난에 빠진 김일성은 울창한 숲에서 에너지원을 찾았고 결국 산림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돼 빈곤 국가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핵과 산림의 아이러니한 인연이다.

한국형 스마트원자로이 글을 맺으며 두 가지 점에서 마음이 암울해진다. 우선 북한 조림을 위해 우리는 국내외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또한 북한에 대안적 에너지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답을 내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조림이 성공적이려면, 무엇보다 유엔 등 국제기구의 실행력과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재원 확보가 우선인데 한국 정부의 리더십이 어디까지 준비돼 있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김일성의 산림 훼손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강력한 에너지 대안이 제시돼야 할 텐데, 전력망이 취약한 북한 각지에 전달할 에너지를 생산하기에 세계가 안전성을 인정한 소규모 모듈 원전이 아닌 다른 방도가 있을까. 소규모 원전의 대표적 지지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에게 물으면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한국형 스마트원자로를 추천할지 모를 일이다.

| 김성일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이 기사는 신동아 10월호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