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밀착 행보…나란히 걸으며 눈빛 교환 北김정일 대역 두고 회담 연습했던 과거와 딴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판문점 회담 기념 메달과 북미정상회담 기념주화를 선물하고 있다. 2018.0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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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도 함께 했다.2018.9.20/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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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남북정상회담 둘째날인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장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2018.09.19/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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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입장하고 있다. 2018.9.19.평양사진공동취재단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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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에 올라 손을 꼭 잡은 채 천지를 내려다 보고 있다.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도 함께 했다.2018.9.20/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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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우정을 나타내며 남북 정상 간 대화의 수준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단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8~20일 정상회담 기간 전례 없는 ‘밀착 행보’를 보였다. 2박3일 동안 두 정상이 함께한 일정만 해도 공항 환영식, 카퍼레이드, 백화원영빈관 숙소 안내, 1일 차 회담, 환영예술공연 관람, 환영연회, 2일 차 회담, 9월 평양공동선언 서명, 기자회견, 옥류관 오찬,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 만찬, 대집단체조·예술공연 관람, 백두산 공동방문에 이른다.
두 정상이 나란히 걸으며 담소나 눈빛을 나누는 시간도 많았다. 평양순안국제공항에서 백화원영빈관으로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먹을 때도 백두산에 올랐을 때도 두 정상은 나란히 걸으며 ‘친구’처럼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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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우정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공식 환영만찬 답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에게는 신뢰와 우정이 있다”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넘어서지 못할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다정한 연인처럼 함께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고 넘어왔던 사이”라며 애틋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 역시 같은 날 환영사에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신뢰와 우의를 두터이 하고 역사적 판문점 선언을 채택했다”며 “지난 몇 달을 보면서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쌓은 신뢰가 있기에 평화롭고 번영하는 조선반도의 미래를 열어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이 끝난 뒤 문 대통령에게 15만 관중에게 연설할 기회를 제공하고 평양 시민들에게 문 대통령을 직접 소개하며 치켜세운 것은 ‘신뢰’에 진정성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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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보도에서 “올해 들어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북과 남의 최고 수뇌분들의 상봉과 회담은 불신과 논쟁으로 일관하던 과거의 낡은 타성에서 벗어나 신의와 협력으로 문제를 타결하는 새로운 대화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보고에서 “무엇보다 3일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 긴 시간 많은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며 “두 정상 간의 신뢰 구축에도 큰 도움이 된 방문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상 간 신뢰는 빠른 의사결정으로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백두산 방문을 제안하자 흔쾌히 수락했다. 김 위원장 역시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 문 대통령이 제안한 서울 방문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핵화 논의에서도 신뢰가 주효하게 작용했을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문 대통령을 믿을 수 있어야 북미 대화를 중재하는 역할을 기대할 것이고, 문 대통령 입장에선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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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유관국 참관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에 합의한 것이 두 정상이 빈칸에 써 내려간 답인 셈이다.
이렇듯 남북 정상이 공공연하게 서로에 대한 ‘신뢰’를 표하는 것은 과거 우리 대통령이 북측 지도자에게 허를 찔리거나 신경전에서 지지 않기 위해 ‘대역’까지 쓰며 회담을 준비했던 것과 딴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위원장의 심리를 수십 년간 연구한 북한 전문가를 김정일 위원장 대역으로 삼아 정상회담을 준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쌓고 있는 신뢰와 우정의 ‘전례’는 미래의 남북정상회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