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평양정상회담]北-美 투트랙 비핵화 협상
주먹 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강타한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에 설치된 비상대책본부를 방문해 입을 굳게 다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해 현황을 브리핑 받고 “워싱턴과 트럼프가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콘웨이=AP 뉴시스
○ 뉴욕, 빈에서 투 트랙 비핵화 논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9일 평양공동선언과 관련해 내놓은 공식 성명에서 북한과의 투 트랙 협상을 제안했다. 다음 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별도로 초청함과 동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보낼 테니 실무회담을 하자고 한 것.
협상 테이블에는 평양공동선언에 언급되지 않은 김정은의 비핵화 이행 조치 약속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에서 “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 아래 영변의 모든 시설을 영구히 해체하는 것”을 남북 정상이 논의했다고 명시했다.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이뤄진 양측의 물밑 조율 과정에서 영변 핵시설의 핵사찰을 포함한 ‘플러스알파’ 조치가 논의됐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평양공동선언 발표 후 백악관 기자들과 만나 “사흘 전 김 위원장으로부터 엄청난 친서(a tremendous letter)를 받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김정은이 편지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IAEA 사찰을 언급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외교채널을 통해 이런 뜻을 전달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상응 조치’와 관련해서는 북-미 관계 개선 관련 부분이 눈에 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북-미 관계 전환을 위한 협상에 즉각적으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관계 전환’이라는 단어를 두 차례 연속해서 언급했다. 관계 정상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북-미 수교가 이뤄지면 북한은 미국의 적성국교역법 해제 및 테러지원국 리스트 제외 등을 요구할 수 있다.
○ 비건 특별대표 빈 체류, 주말부터 실무접촉 예상
무엇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보상을 어떻게 ‘동시 행동’으로 연결시킬 것인지가 모호하다. “종전선언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및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의 대가”라고 주장해온 북한이 태도를 바꿨다는 정황은 아직 찾기 어렵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중 플루토늄을 생산해온 5MW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순차적으로 나눠서 ‘살라미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라는 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며 “보상에 대한 서로의 인식과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실무협상을 통해 맞춰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과 빈에서 양측이 마주 앉아 보기 전에는 답을 내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비건 특별대표가 17∼21일 빈에서 진행되는 IAEA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이미 현지에 머물고 있다고 복수의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19일 “(빈에) 북측 대표를 초청했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빈으로 건너가 주말부터 양측의 실무협상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은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