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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유해용 구속영장 기각…검찰 “모순적 행태”

입력 | 2018-09-20 23:40:00


재판 기록 문건 등 자료를 무단으로 빼내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파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52·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양승태 행정처 ‘사법 농단’ 의혹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검찰의 첫 구속수사 시도는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유 전 연구관에 대해 청구된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검찰이 유 전 연구관에게 적용한 혐의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면서 지적했다. 범죄가 성립되지 않거나 법리상 의문이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허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에게 적용된 피의사실 중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한다”며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도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건 등 삭제 경위에 관한 피의자와 참여자의 진술 등을 종합해 볼 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검찰은 “기각을 위한 기각 사유에 불과하다”며 기각 결정에 강하게 반박했다. 어떻게든 구속 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영장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 자료라고 하며 영장을 기각해 왔다”며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 된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전 연구관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며 “일말의 반성조차 없었던 그간의 경과를 전 국민이 지켜본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농단 사건에 있어서 공개적·고의적으로 증거를 인멸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며 “대단히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연구관은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뒤 퇴임하면서 재판보고서 원본 등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이를 파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대법원 근무 당시 관여했던 숙명학원의 변상금 부과 처분 소송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 전 연구관은 숙명학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상대로 낸 변상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지난 6월11일 수임한 뒤 같은 달 28일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받아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다가 유 전 연구관 선임 후 17일 만에 판결이 내려진 점, 애초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가 소부로 다시 내려진 점 등을 이유로 ‘전관예우’를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사건을 선임하기 전후 담당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차례 통화를 나눈 사실을 확인했다. 또 숙명여대 총장 등 관계자 소환 조사 등을 통해 관련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유 전 연구관은 사건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유 전 연구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 소송 관련 정보가 청와대에 전달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 등도 받는다. 특히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해당 소송을 챙겨봐줄 것을 요청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유 전 연구관이 해당 재판 내용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한 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혐의가 중한 데다가 증거 인멸의 우려도 현실화됐다”면서 “이런 경우 통상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는 구속 수사를 해왔다”며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검찰이 법원 전·현직 관계자를 상대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그간 대거 기각된 점 등을 지적하면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