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 고용지표 바로 읽기
5일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 취업준비생들이 몰려 일자리 정보를 찾고 있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와 실업자 수, 실업률 등 각종 지표가 최악을 기록해 고용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최근 통계청이 ‘8월 고용동향’을 내놓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쏟아졌다. 취업자와 실업자 등 주요 고용지표가 19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과 노동 친화적 정책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노동계에선 “일부 고용지표가 악화했다고 ‘노동정책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하나의 증상만으로 병을 진단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박한다. 같은 지표를 두고 상반된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매달 나오는 고용지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기 쉽게 정리했다.
○ ‘취업자 3000명 증가’의 의미
얼핏 보면 3000명이라도 취업자가 늘었으니 고용 상황이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를 ‘고용참사’라고 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과거보다 점점 더 많은 여성과 노인이 일자리 시장에 뛰어드는 걸 감안하면 취업자가 적어도 10만 명 이상씩 증가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8월만 해도 전년도인 2016년 8월(2669만6000명)보다 20만8000명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31만 명에 이른다. ‘취업자 3000명 증가’는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2010년 1월(1만 명 감소) 이후 최악의 결과다.
정부는 취업자 수가 줄어든 주된 이유가 15∼64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고 한다. 이 추론을 검증하려면 전체 경제활동인구 구조를 봐야 한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인구는 총 4421만1000명이었다. 이 중 일을 할 능력이나 뜻이 없는 사람(비경제활동인구)을 뺀 나머지 경제활동인구는 2803만9000명이다. 여기서 취업자 수를 빼면 실업자 수가 나온다.
8월 실업자 수는 각각 2016년 99만4000명, 지난해 99만9000명, 올해 113만2000명이었다. 정부의 해석대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취업자가 크게 늘지 않는 것이라면 실업자 수도 같이 줄어야 하지만 실업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도 “생산가능인구의 감소폭이 현재 수준의 취업자 증가폭 둔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고용률은 0.3%포인트 하락도 큰 낙폭
문제는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이 66.5%로 지난해 8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이다. 전년 동월 대비 낙폭은 6월 0.1%포인트, 7월 0.2%포인트 등으로 점차 커지고 있다. 고용률은 분모(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워낙 커서 통상 큰 변동이 없다. 0.3%포인트도 상당한 낙폭이라는 얘기다.
월별 고용률이 전년보다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손에 꼽을 정도다. 고용률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것은 취업자가 줄어드는 속도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생산가능인구도 줄지만 일자리는 더 빨리 줄고 있다는 의미다.
○ “각종 지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실업률은 고용률과 계산 방식이 다르다. 구직 의사가 없는 사람은 빼고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비율로 산정한다. 지난달 실업률은 4.0%로 지난해 8월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8월 기준으로 2000년(4.1%) 이후 가장 높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로 1999년 8월 이후 최악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