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억 뜯은 해외거점 조직 71명 구속 “한달 500만원 버는 콜센터” 미끼 10∼20대 中-태국-필리핀 끌고가 여권 뺏고 감금한 채 일 시켜
보이스피싱 단체에서 탈출하려다 붙잡힌 조직원의 모습. 다른 조직원들이 끓인 물을 부어 심한 화상을 입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이들은 A 씨에게 3일 안에 보이스피싱 대본을 강제로 외우도록 강요했고 틀리면 때렸다. 매일 오전 8시부터 늦은 밤까지 전화를 돌려야 했다. 견디다 못한 A 씨와 여자친구는 약 1주일 만에 탈출을 시도했다가 발각돼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결국 올해 1월 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2층 숙소에서 뛰어내려 탈출에 성공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윤모 씨(28), 이모 씨(36) 등은 중국과 태국, 필리핀에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만든 뒤 2015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80명이 넘는 조직원을 포섭했다. 별도의 모집책을 활용해 돈이 급한 이들에게 접근하고 ‘실적의 15∼20%를 수당으로 주겠다’며 유혹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렇게 포섭된 조직원 중 20대가 56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군대에 다녀와서 직장을 구하다가 범죄에 가담하게 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던 10대도 18명(미성년자 1명 포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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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피해자 312명으로부터 1인당 500만∼6000만 원씩 약 68억 원을 뜯어낸 혐의(범죄단체 등의 조직, 사기)로 86명을 검거해 7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검거가 안 된 총책 윤 씨 등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