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유출 창구로 악용될 소지” 美, 주요시설 다후아 CCTV 금지… 英, 화웨이 장비 매년 보안성 평가 韓, 무역마찰 등 외교문제 우려… 백도어 문제에도 대응 안해
미국과 영국 등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조차 중국산 정보기술(IT) 장비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중국에 대한 대응이 자칫 무역마찰로 번질 수 있다며 쉬쉬하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 안보나 국민 사생활 침해에 대한 물증이 없어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ICT 정책 고위 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제품을 정책적으로 배제할 경우 통상 마찰 등 외교 문제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속이 타는 것은 시장이다. 5세대(5G)망 구축을 앞둔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화웨이 장비를 얼마나 도입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미 4세대(4G) 때 화웨이와 손잡은 LG유플러스가 5G에서도 화웨이 장비 도입 가능성을 밝혔지만 SK텔레콤, KT 등은 보안을 우려한 반대 여론에 신경 쓰는 눈치다. 5G 도입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장비 도입은 이통사의 몫”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국내 공공부문에서 중국산의 입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공공기관이 보유한 드론 모델 78종 가운데 중국산 드론이 44종(56.4%)으로 1위였고 국산은 15종(19.2%)에 그쳤다. 박춘배 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은 “중국산 드론을 날릴 때 특정 지역에서 사진이 찍히지 않는 등 백도어 의심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이들에 적용할 보안 인증 표준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