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45곳 9억6600만 건 수집… ‘도서관 정보나루’ 빅데이터 분석
“‘독자’는 ‘자신’과 ‘세계’의 ‘모습’에 대한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이다. 아니, 그 ‘비밀’을 ‘생각’하는 ‘과정’이다.” 어색하지만 최근 20년간 대출 횟수 상위 100위 도서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 명사 10개를 사용해 만들어본 문장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도서관 풍경. 동아일보DB
최근 20년 동안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한 도서는 8·15 광복 뒤 이념 갈등과 전쟁을 다룬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보가 도서관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도서관 정보나루’와 함께 1999년부터 올 8월까지 이뤄진 도서 대출 9억6600만 건을 분석한 결과다. ‘도서관 정보나루’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예산 지원으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개발해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도서관 이용자들은 소설을 특히 많이 빌렸다.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지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을 비롯해 상위 1∼6위가 모두 소설이다. 권정생(1937∼2007)의 동화 ‘강아지똥’, 혜민 스님의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10위 안에 들었다. 서점가 베스트셀러가 신간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데 비해 도서관 빅데이터는 꾸준히 읽히는 책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도서관 정보나루’는 2018년 9월 현재 전국 도서관 845곳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공공도서관 1000여 곳 가운데 600여 곳이 포함돼 있다. 이 데이터는 도서관에 비치할 도서를 구매할 때 참고 자료로 사용하며, 이용자들에게 지역별 성별 연령별 인기 대출 도서를 알려주는 데도 쓰인다. 김혜선 KISTI 책임연구원은 “참여 도서관을 확대하고 더욱 정확한 데이터를 모으는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민간 데이터와 연계해 분석하면 활용 분야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