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속도붙는 북미협상]북미, 10월 ‘2차 핵담판’
○ 트럼프-김정은 케미스트리 다시 작동할까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2차 정상회담은 꼬여 있는 비핵화 문제와 핀치에 몰려 있는 국내 정치 환경을 반전시킬 카드 중 하나다. 백악관이 이례적으로 회담 추진을 공개한 것도 회담 성사가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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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시기는 10월 중하순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11월 6일 중간선거 전에 해야 하는 만큼 10월 중하순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시간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북-미 정상회담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예정돼 있거나 추진 중인 다른 주요 일정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당장 18∼20일 남북 정상회담, 9월 하순 뉴욕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말 전격 취소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도 다시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을 거쳐 10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다시 한 번 마주 앉고 이때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참여해 종전선언을 논의하는 구도도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밝힌 ‘연내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의 비핵화 관련 조치를 매듭짓고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 신임 대북정책특별대표 “엄청난 기회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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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에서 내놓을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실무 차원의 조율은 벌써 들어갔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1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공식 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비건 대표는 이 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난제들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김 위원장이 만든 엄청난 기회 또한 있지 않느냐”며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당국이 진행 중인 논의의 핵심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서와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의 이행 순서와 시기, 내용의 수위 조절을 통해 접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이행 계획을 밝힐 경우 종전선언을 하자는 쪽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북한이 종전선언 후 부실한 핵 신고서를 제출하거나 이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 벌기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런 ‘먹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한미 양국은 일종의 안전장치를 찾아내는 데 논의를 집중하고 있다. 영변의 원자로 등 핵시설을 동결, 폐쇄하거나 불가역적인 수준으로 일부 해체하는 ‘플러스알파’ 조치를 요구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비건 대표는 12일부터 중국, 일본을 순차적으로 방문한 뒤 주말에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이다. 두 나라와 협의한 내용을 최종적으로 한국과 다시 공유 및 조율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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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비건 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미 간 불신 극복을 위한 ‘통 큰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화 분위기가 다시 고조되는 기회를 잘 살려 달라”고 당부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대화가 선순환 발전할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비건 대표는 문 대통령 예방에 앞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나서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대해서도 동의 의사를 전달해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 논란을 마무리 지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