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유예 대학생들 ‘시련의 9월’
#2 대학생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근처 식당가로 몰리는 시간은 오전 11시 45분 무렵부터다. 졸업을 미루고 하반기 공채를 준비 중인 박모 씨(28)는 오전 11시에 점심을 먹는다. 도서관을 갈 때도 200m가량 돌아서 간다. 재학생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다. 박 씨는 후배들과 마주쳐 “화석선배”나 “학교엔 어쩐 일이냐”는 말을 듣게 될까 두렵다.
#3 대학생 최모 씨(25·여)는 식사시간에 옆 대학의 학생식당으로 간다. 밥값이 쌀 뿐 아니라 아는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적어 편히 식사를 할 수 있다. 2년간 준비해 취직에 성공한 선배에게서 전수받은 ‘비법’이다.
캠퍼스 지박령은 9월에 눈물겨운 학기를 시작했다. 상반기 취업에 성공한 친구나 선·후배들은 8월에 이미 졸업해 떠났다. 개강 이후 붐비는 학교에서 아직도 학교에 남았다는 자괴감, 아는 사람을 만날지 모른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 추석에 친척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들을지도 걱정이다. 하반기에는 채용 규모가 상반기보다 큰 만큼 기대도 크지만 또 떨어질까 고민도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 2월 기준으로 졸업유예제도를 운영 중인 4년제 대학 108곳에서 1만2157명이 졸업을 미룬 채 대학에 남아 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학교에 남는 방법은 다양하다.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우고도 ‘졸업’ 대신 ‘수료’를 선택하거나, 졸업논문이나 어학성적 등 필수 졸업 요건 한 가지를 일부러 채우지 않는 식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졸업 요건을 모두 채운 경우 추가로 학비를 내고 학점을 이수해야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다.
대학 시설물 이용을 둘러싸고 캠퍼스 지박령과 일반 학생 간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졸업을 미룬 학생들이 재학생들의 시험기간에는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한다. 한 졸업 유예 학생은 “시험기간이 아닐 때에도 ‘등록금도 안 내면서…’라는 눈총을 받을 때가 잦다”고 토로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