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유치원’ 지반 침하로 붕괴
처참한 내부 6일 붕괴 사고가 난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내부의 ‘만 5세 하랑반’ 옆 복도 모습. 복도 정면에 보이는 창문과 벽이 오른쪽으로 심하게 기울었고, 우측의 교실 벽면은 큰 금이 생겨 두 동강으로 갈라졌다. 천장도 내려앉아 전등이 아래로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6일 무너진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의 안전점검을 위해 다음 날 건물 내부를 살펴본 서울시 관계자 A 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상도유치원은 6일 오후 11시 21분경 바로 옆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옹벽 붕괴로 지반이 침하하면서 건물의 상당 부분이 무너지고 기울었다. 이날 아이들은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7시 10분경까지 유치원에 머물다 귀가했다. 만약 아이들이 있던 때에 사고가 발생했다면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 ‘전쟁터’ 방불케 한 붕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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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부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계단과 교실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진 것처럼 심하게 금이 가 있었다. 특히 가장 많이 기울어진 곳에 위치한 유치원 강당 내부의 피해가 컸다. 천장은 절반 넘게 바닥으로 내려앉아 버렸다. 강당에 설치돼 있던 70인치가량의 대형 TV가 천장과 바닥 사이에 끼어 버릴 정도였다. 건물 기둥들은 엿가락처럼 휘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강당 내부를 둘러본 A 씨는 “강당 전체가 종잇장처럼 심하게 찌그러져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 입구 계단에서 상황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주민들, 사고 1시간 전 ‘붕괴’ 감지
건물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굉음과 떨림으로 대형 지진이나 전쟁이 난 것으로 착각한 주민이 많았다. 주민 모모 씨(60·여)는 갑자기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후 ‘딱딱딱’ 철근이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밖을 보니 유치원 건물이 옆으로 드러눕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이웃 주민들과 함께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건물 밖에는 유리 파편이 흩어져 있었고 수도관이 터져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주변에는 가스가 새는 냄새까지 진동했다. 주민 신모 씨는 “쇠와 쇠가 부딪치며 나는 굉음 때문에 전쟁이 난 줄 알았다. 휴대전화와 집계약서, 금붙이만 급히 챙겨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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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붕괴 없다지만 불안한 주민들
사고가 발생한 직후 인근 주민 25가구의 54명이 근처의 주민센터로 긴급 대피했다. 동작구는 7일 오전 ‘추가 붕괴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귀가해도 좋다’고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추가 붕괴 걱정으로 여전히 심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D 씨는 “구에서 사고가 난 다음 날 바로 귀가해도 된다고 통보했지만 아직도 심장이 떨려 청심환까지 먹으며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임모 씨(65)도 밤을 지새우며 상가를 지키고 있다. 임 씨는 “사고 당일 낮에 덤프트럭 운전기사에게 ‘흙을 파내는 터파기 작업이 오늘 끝났다’는 말을 들었는데 공교롭게 밤에 사고가 났다”며 “건물이 무너지면 가게를 덮칠 수 있기 때문에 불안해서 집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상도유치원생 122명의 등원을 중지시키고 14일까지 일주일간 휴업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휴원 기간 동안 상도초등학교에 임시 유치원을 마련한 뒤 17일부터 정상 등원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치원 기둥 붕괴 등으로 인해 건물 철거가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상도초교 건물을 빌려 쓰는 기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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