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과 맞닿은 다세대주택 공사현장 흙막이(옹벽)가 무너져 내리면서 유치원 건물이 크게 기울어져 심하게 훼손됐다. 이날 오후 마지막 원생이 떠난 지 4시간여 만에 일어난 사고였다. 원생 122명과 교사 10명이 있던 낮에 벌어졌다면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앞서 지난달 31일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오피스텔 공사장 주변 지반침하 사고에 이어 공사장을 비롯해 전반적인 안전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말 폭우로 인한 지반 약화가 원인의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이번 유치원 사고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라고 볼 수 있다. 유치원 측이 6개월 전부터 수차례 시공사와 감리업체, 동작구청에 사고 우려를 전했지만 안이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하다 빚어진 사고다. 사고가 벌어진 날 개선방안을 내놓기로 한 시공사는 그전까지는 공사장을 찾은 유치원 관계자를 쫓아내고 어떠한 예방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구청은 올 3월 ‘지질 상태가 취약해 붕괴 위험성이 높다’는 유치원 측의 지질안전조사 의견을 시공사에 ‘참고하라’며 통보하는 데 그쳤고, 지난달 말 지반 침하 위험을 알았지만 현장조사도 나오지 않았다. 감리업체는 유치원에 생긴 균열을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묵살했다. 유아들 안전에 이렇게 무관심으로 일관할 수 있는지 어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