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가짜뉴스만 잘 보이고 공정한 보수 미디어 불법 차단 트위터-페북도 조심하는 게 좋아” 중간선거 앞두고 플랫폼에 경고
구글 뉴스 검색의 ‘좌편향성’을 공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왼쪽 사진)과 이를 반박한 인터넷 뉴스업체 버즈피드 톰 나마코 대표의 트윗. 트럼프 대통령이 “구글에서 ‘트럼프 뉴스’를 검색해 보면 96%가 좌파미디어의 가짜 뉴스 콘텐츠만 나온다”고 주장하자 나마코 대표는 “폭스비즈니스 진행자 루 돕스의 ‘96%’ 발언을 인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오류는 미디어를 ‘좌 또는 우’로만 갈라 규정한 것”이라고 썼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미디어업계를 겨냥해 위협의 칼을 빼들었다. 이번에 표적으로 삼은 대상은 세계 최대 포털 업체 구글이다.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위와 같은 글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이 반박 성명을 낸 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의 백악관 면담 자리에서 ‘퇴장’을 뜻하는 레드카드를 들며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는 조심하는 게 좋다. 그들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공격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좌(左) 편향성’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글에서 “구글의 ‘트럼프 뉴스’ 검색 결과의 96%가 좌파 미디어들의 콘텐츠다. 이건 매우 위험한 현상이다. 보수적인 목소리는 억압되고, ‘좋은’ 뉴스와 정보는 숨겨진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지지하는 우익 성향 매체의 글이 검색 결과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구글과 함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 회사들에도 경고장이 날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면담 자리에서 구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은 심각한 문제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한 거대 플랫폼 업체들에 사전 경고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CNN의 가짜 뉴스만 잘 보이고, 공정한 보수적 미디어가 차단되는 건 불법 아닌가?”라며 포털과 소셜네트워크 업체들에 대한 조사와 규제 가능성도 내비쳤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구글에 대해 일정한 조사와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이어지자 성명을 내고 “우리의 검색 엔진은 정치적 의제를 설정하는 데 이용되지 않는다. 검색 결과는 정치적으로 편파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검색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정치적 감정을 조작할 의도로 검색 결과의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근 페이스북의 사용자 정보 유출 사건 등으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 업체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미디어 플랫폼 견제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보수주의자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한다는 의혹이 있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