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해경 첫 여성 서장, 박경순 울진해양경찰서장
시의 구절만 봐도 시인은 바다에서 실종자 수색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미처 구조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슴 저리게 느낀 사람일 것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시인이자 65년 해양경찰 역사상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20일 일선 해양경찰서장에 취임한 박경순 울진해양경찰서장(56·총경·사진)의 작품이다. 그는 1991년 ‘시와 의식’이란 문학잡지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박 서장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관과 시인은 ‘어둡고 고단한 세상에 빛이 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직원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정의로운 법 집행으로 작지만 강한 경찰서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 서장에게는 늘 ‘처음’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해경 역사상 첫 여경 임용, 해경 첫 여성 총경 승진을 거쳐 이번에는 첫 여성 해양경찰서장이 됐다.
박 서장은 1986년 해경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여경(순경) 공채에서 17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해경학교 교수요원, 태안해양경찰서 1507함 부장(부함장), 평택해양경찰서 해양안전과장 등을 거쳐 지난해 8월 처음으로 여성 총경으로 승진했다.
그는 지금까지 ‘새는 앉아 또 하나의 시를 쓰고’(1997년) ‘이제 창문 내는 일만 남았다’(2002년) ‘바다에 남겨 놓은 것들’(2011년) 등 시집 3권을 출간했다. 2012년 제24회 인천문학상을 수상한 ‘바다에 남겨 놓은 것들’은 태안해양경찰서 1507함 부함장 시설 펴냈다. 불법 외국어선 단속 등 바다를 지키며 느낀 해양경찰의 애환과 고충, 감정 등을 담은 ‘출항’ ‘입항’ 등 연작시와 ‘양로원에서’ ‘경비실 풍경’ 등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느낌을 담담한 시어로 담아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