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읽는 시간/빈센트 디 마이오·론 프랜셀 지음·윤정숙 옮김/380쪽·1만7000원·소소의책 ◇메스를 잡다/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제효영 옮김/488쪽·1만9800원·을유문화사
자신의 귀를 자른 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자화상(왼쪽). ‘진실을 읽는 시간’의 저자는 여러 법의학적 사실로 보아 고흐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고 했다. 오른쪽은 ‘메스를 잡다’에 등장하는 프랑스 루이 14세. 그의 치루 수술을 한 의사는 먼저 6개월 동안 일반 환자 75명을 대상으로 수술을 연습했다. 동아일보DB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알려진 대로 스스로 옆구리에 총을 쏴 목숨을 끊은 것일까? ‘진실을…’ 저자 빈센트 디 마이오는 어느 여름날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반 고흐가 사실은 총을 가지고 놀던 10대 청소년들로부터 총을 맞았다는 주장을 2011년 책으로 펴낸 저자들의 전화다. 논쟁이 심화하자 총상 전문가에게 자문한 것. 기록을 검토한 디 마이오는 “모든 의학적 가능성을 고려하면 반 고흐는 자신을 쏘지 않았다”고 했다.
먼저 고흐의 총상 부위다. 왼쪽 팔을 내리면 팔꿈치가 닿는 가슴 부위에 총알이 들어갔는데 권총 자살자 중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더구나 오른손잡이인 고흐가 그 부위에 총을 쏘는 건 상당히 어색하다. 만약 그랬다면 총구가 피부와 직접 닿거나 5cm 이내여서 피부가 뜨거운 가스와 그을음, 흑색 화약의 부스러기에 의한 화상을 입었어야 하지만 상처 부위 피부 상태에 대한 증언에는 그런 얘기가 없다. 옷에 그을음이 있었다는 증언도 없다. 이는 총이 적어도 50c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사됐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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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읽는 시간’의 저자 빈센트 디 마이오가 법정에서 배심원단에 설명하는 모습. 소소의책 제공
이 밖에도 포경 수술 전문가로부터 치료받은 프랑스의 루이 16세, 특이한 병으로 사망한 교황들, 출산의 고통으로 수술에 마취를 도입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든 영국 빅토리아 여왕, 내시경을 사용한 수술의 발전 등 수술 역사에서 중요한 28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외과 의사가 수술 전 손을 씻기 시작한 것이 불과 150년밖에 안 됐지만 오늘날은 수술실을 멸균 환경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규칙이 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