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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비명, 환산보증금 확대만으론 못막아”

입력 | 2018-08-21 03:00:00

당정, 지원대책 곧 발표한다는데…




“그게 무슨 자영업자 대책이에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8·여)는 20일 기자와 통화하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이르면 이번 주 정부와 여당이 발표하는 자영업자 종합대책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보호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다는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280만 원을 내는 그의 가게는 지금도 법 적용대상이다. 김 씨는 “정부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상가)의 환산보증금 기준액이 6억1000만 원인데 대부분 자영업자가 이를 초과한다”며 기준 인상을 시사했다. 기준금액을 올려 △임대료 인상률 5% 이하로 제한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 보호 등 법적 보호대상에 넣겠다는 것이다.

환산보증금은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을 합한 금액이다. 2002년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처음 명시된 뒤 올해까지 4번 상향 조정됐다. 서울은 현재 ‘6억1000만 원 이하’다. 이 기준을 월세로 환산하면 보증금 1억 원에 월 500만 원을 내는 임차인까지 포함된다.

본보는 실제로 서울 자영업자 대부분이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 확인해 봤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감정원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서울 시내 상가(1326개 표본) 중 환산보증금 기준을 초과하는 건 9.6%였다. 지난해 6월 말 서울시가 조사한 상가 환산보증금 실태조사에서도 기준을 넘는 곳은 11.4%에 그쳤다. 상가매물전문포털 ‘점포라인’에 이날 현재 등록된 서울 상가 매물 3만4511건 중 2697건(7.8%)만 기준을 넘었다. 실제로는 90%가량의 상가가 보호대상이었다.

전문가들은 환산보증금 확대는 임대차 분쟁의 핵심을 벗어난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대료가 비싼 상가 일부를 제외하면 혜택이 없어서다. 게다가 기준을 초과한 상가들도 현행법의 예외조항을 통해 부당한 계약해지 방지나 5년간 계약 보장 같은 기본적인 보호는 받을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그보다는 현재 최장 5년인 임대차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연장하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회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29건이 계류돼 있다. 주로 계약갱신 요구기간을 10년으로 늘리거나 전통시장 등으로 권리금 보호대상 확대, 재건축 등에 따른 퇴거 시 보상대책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건물주가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줄이거나 임대료 인상률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제한하자는 내용도 있다. 정치권은 해당 법안을 이달 말 국회에서 통과시키자는 데는 합의했지만 계약갱신 요구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적 보호 수준을 높이면 임대인이 그 부담을 임차인에 전가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재석 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변호사)은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향을 유지하되 건물주에 대해서도 과도한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환산보증금 ::

상가 임대차 계약에 따른 보증금과 월세 환산액(월세×100)을 합한 금액.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 기준이 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