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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의 아픔’ 볼음도 은행나무 70년만에 제례 복원

입력 | 2018-08-20 03:00:00

황해도 연안에 부부나무로 있다가 800년전 홍수때 수나무가 南으로
두 지역 공동제사 분단후 중단… 문화재청 “남북 공동행사 추진 계획”




17일 인천 강화군 볼음도 은행나무 앞에서 열린 ‘부부 은행나무 제례’. 문화재청 제공


17일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음력 7월 7일)을 맞아 70년 가까이 중단됐던 인천 강화군 볼음도의 ‘은행나무 제사’가 문화재청 등의 주최로 다시 열렸다.

이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4호)는 독특하게 분단의 아픔을 지닌 식물이다. 높이 24m, 둘레 9.8m인 이 나무는 원래 황해남도 연안군 호남리에서 한 은행나무(암나무)와 한 쌍의 부부를 이룬 수나무. 하지만 800여 년 전 홍수로 인해 뿌리째 뽑혀 홀로 볼음도로 떠내려 왔다.

당시 어민들은 이를 건져 섬에 심었고, 이후 두 지역에선 음력 정월 그믐에 맞춰 각각 제사를 지내는 독특한 전통문화를 이어 왔다. 하지만 분단 뒤 ‘부부 은행나무’ 제사는 명맥이 끊겨 버렸다. 연안군 호남중학교 뒷마당에 있다는 암나무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165호로 지정돼 있다.

문화재청과 강화군, 한국문화재재단, 섬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강령탈춤 마당놀이와 신은미 화가의 북한 암나무를 기리는 수묵화 그리기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부부 은행나무는 6·25전쟁 뒤 이산가족처럼 서로 떨어져 오랜 세월을 견뎌 왔다”며 “남북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제례를 지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