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곡물 ‘밀’ 게놈 완전 해독
17일 학술지 ‘사이언스’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따르면 밀 전체의 게놈을 95% 이상 해독한, 현재까지 나온 가장 정밀한 밀 게놈이 완성됐다. 한국 등 68개국 과학자 2400여 명이 참여한 공동연구단인 국제밀게놈해독컨소시엄(EWGSC)이 2005년부터 연구한 끝에 13년 만에 이룩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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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밀 게놈이 정체를 드러내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한꺼번에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10만 개가 넘는 유전자의 존재는 물론이고 그중 일부는 기능까지 밝혀졌다. 연구팀은 유전자 전체를 목록으로 만들었다. 또 변이가 생길 경우 기능이나 형태에 변화가 일어나는 DNA 염기를 400만 개나 찾아 목록으로 만들었다. 이들 정보는 나중에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를 이용해 유전자를 교정해 원하는 특징을 가진 밀을 만들 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건강상의 이유로 밀을 먹을 수 없었던 사람에게 가장 기쁜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화를 방해하거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유전자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밀은 글루티닌과 글리아딘이라는 단백질이 다른 곡물보다 풍부하다. 밀가루를 반죽하는 과정에서 이 두 단백질이 결합하면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된다. 밀가루를 길게 늘여 국수를 만들거나 쫄깃한 빵을 만들 수 있는 것은 글루텐이 탄력을 지닌 사슬 또는 막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은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병(셀리악병)이나 심한 경우 과민성 쇼크(WDEIA) 및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일부 천식도 글루텐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전자를 828개 찾아 분석했다. 이 덕분에 천식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범인’을 특정하게 됐고 글루텐 소화를 방해하는 유전자와 과민성 쇼크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밀의 배젖(곡식에서 껍질과 눈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전분 부분)에서 활성화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밀을 재배할 때 온도에 따라 과민성 쇼크나 밀 소화 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자의 활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글루텐 관련 유전자 연구를 이끈 앙헬라 후하스 호주 머독대 수의생명과학과 연구원은 “밀을 아예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안전하고 건강한 대안을 마련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의의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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