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태권도 현장에서 아버지의 응원에 힘을 얻은 강민성(왼쪽)은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태권도 품새. 낯선 종목이다. 그러나 태권도 시범단의 멋진 공연은 누구나 한 번쯤 봤던 장관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생각할 때 K-POP, 한류, IT 산업과 함께 떠올리는 것이 주요 국가행사마다 빠지지 않는 태권도 시범단의 모습이다. 탄성이 터지는 발차기와 격파는 무예가 그릴 수 있는 전율과 아름다움의 절정을 보여준다.
품새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됐다. 공인 품새 평원과 금강, 고려가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 쉽게 보이지만 경기가 끝난 직후 선수를 만나면 땀이 흥건하다. 그만큼 온 몸의 근육을 손끝과 발끝, 그리고 전신에 집중한다.
19일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태권도 품새 남자 개인전에 출전한 강민성(20·한국체대)이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금메달을 따낸 뒤 강민성은 눈가가 촉촉하게 젖은 중년 남자와 포옹했다. 경북 영주에서 달려온 아버지 강도윤(52)씨였다.
아들은 말했다. “아버지께서 꼭 내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장면을 현장에서 보셨으면 했다. 오실 수 있는 여건이 사실 아니었지만 내가 고집을 부렸다. 아버지가 경기장에 계신 것 자체가 큰 힘이었다. 눈물이 난다. 매 경기 응원해주는 국민들을 생각하며 혼신을 다했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운동을 이제 그만두려고 했다. 품새가 AG정식 종목이 되면서 ‘하늘이 주신 기회다. 아버지와 누나들을 위해 꼭 금메달을 따자’고 다짐했다.”
강민성.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발 물러서 있던 아버지는 아들이 들리지 않게 말했다. “지금 택시를 몹니다. 사흘 사납금 물어내고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가 필요하다는데 달려와야죠. 어렸을 때 태권도 시범을 보고 반했습니다. 태권도 시범단이 되고 싶었는데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대신 아들을 시켰습니다.
잘 했습니다. 방송국에서 찾아오기도 했고 대학도 7곳에서 입학 제의를 했습니다. 사실 삼남매를 홀로 키웠습니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다 다쳐서 1년간 병원에 있었는데 삼남매가 병실에서 함께 자며 버텼습니다. 누나들이 대학진학도 미루고 뒷바라지 했습니다. 삐뚤어지지 않고 국가대표로 뽑혀 AG에서 금메달을 따는 아들의 모습에 눈물이 쏟아 집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범단으로 활약한 강민성은 사실 온 몸에 성한 곳이 없다. AG가 끝나면 무릎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아버지는 경기 내내 걱정했다. “도핑 때문에 진통제를 못 먹는다.
아프면 집중력이 떨어질 텐데…. 걱정을 많이 했다. 잘 해줘서 고맙다. 많은 분들이 태권도 하면 겨루기를 좋아하는데 사실 품새도 굉장히 재미있다.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는 종목이다.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게 됐다.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운전대 잡겠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