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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의 전쟁史]〈20〉방어전략과 방어전술

입력 | 2018-08-14 03:00:00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다. 수비가 공격의 시작이다. 둘 중 어느 쪽이 맞는 말일까? 둘 다 맞는 말이지만 막상 전술을 결정해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공격과 수비 어느 쪽이 우선인가? 전쟁사에서 이보다 길고 답하기 어려운 논쟁은 없을 것이다. 전쟁이 아닌 축구를 봐도 월드컵 우승팀에 따라 공격축구와 수비축구의 경향이 바뀐다. 정답은 아직 없지만 이 논쟁은 사람들이 곧잘 저지르는 중요한 오류를 알려줬다. 공격전략이라고 방어를 무시하고, 방어전략이라고 해서 공격을 거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고려 말인 14세기 후반 왜구의 침입이 급증했다. 고려는 해안방어를 강화하려 했지만, 병력을 분산하면 왜구가 공격해서 각개 격파했다. 병력을 한곳에 모으면 수비대가 없는 곳으로 상륙해 약탈했다. 정부군의 무능에 참다못한 젊은 학사 이색이 공민왕에게 상소를 올렸다. 왜구는 바다에서 움직이며 기회를 보는데, 육지만 지키는 방어전술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왜구를 소탕하려면 해군을 육성해 바다로 나가 왜구를 찾아서 소탕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략을 바다에서 지킨다는 의미로 해방론이라고 한다. 고려가 이 전략을 채택하면서 비로소 왜구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방어만 해서는 방어에 성공할 수 없다. 공격으로 적의 공격능력을 약화시키고, 적에게 주도권을 주지 않아야 방어에 성공할 수 있다. 방어란 결코 공격을 거세한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나라를 침공하지 않는다. 우리 군은 오직 국토방어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서 공격전술과 공격능력을 제거한다면 그것은 공격능력이 아니라 방어역량까지 무력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공격용 무기를 제거한다는 것도 난센스이다. 창은 공격용 무기고 갑옷과 방패는 방어용 무기다. 그러나 그것이 공세와 방어능력을 대표하지 않는다. 공격하려면 갑옷과 방패를 버리고 창만 들고 나가는가? 방어전을 할 때는 창을 버리고 갑옷과 방패만 착용하는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