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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염희진]‘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기업들

입력 | 2018-08-13 03:00:00


염희진 산업2부 기자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고액 연봉을 받던 헤지펀드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한 계기는 한 기사 때문이었다. 1994년 2월 모 월간지는 인터넷의 상업적인 가능성을 다루며 그해 웹사이트 활동이 전년보다 2300배가량 늘었다고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80세가 되어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 후회할 것인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를 가동하곤 했다. 그는 세상을 바꿀 인터넷에 지금 뛰어들지 않는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라인 서점을 열었다. 그로부터 24년 후, 아마존은 서점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파는 ‘에브리싱 스토어’로 성장했다. 언론(워싱턴포스트), 대형마트(홀마트), 제약(필팩) 등 다양한 영역을 인수한 데 이어 ‘아마존고’라는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다. 베이조스가 운영하는 우주선 회사 블루오리진은 내년부터 우주비행 티켓을 판매한다.

현재 14개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온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온라인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52조4295억 원이었으며 올해 처음 100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을 처음 집계했던 2001년(3조3000억 원)에 비하면 30배가 성장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베이코리아, 쿠팡 등 기존 이커머스(e-commerce) 업체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100조 원으로 성장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 수익성을 저울질하던 아마존이 한국 진출을 접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우선 오프라인 유통의 강호였던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에 향후 5년간 3조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정보기술(IT) 관련 대규모 채용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는 ‘아마존을 능가하는 아파트 30층 높이의 최첨단 온라인 센터’를 만들겠다며 경기 하남 물류센터 건설에 1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SK플래닛에서 독립한 11번가는 5000억 원의 투자를 받아 9월에 출범한다. 네이버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인터넷 쇼핑 분야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마존은 소매업체가 아닌 첨단 기술회사를 지향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베이조스의 지휘 아래 소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고객 행동의 패턴을 분석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시스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도 빠르게 기술기업으로 방향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싸게 파는 가격 경쟁이 아닌 쇼핑의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개발과 인재 채용에 나서는 식이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기술친화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쪽으로 기업 홍보의 방향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기업들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성공 공식을 고민할 때가 온 것이다.
 
염희진 산업2부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