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말부터 이날까지 내놓은 투자 계획 규모는 향후 5년간 약 310조 원, 채용 계획은 15만3000명에 이른다. 시작은 LG그룹이었다. 지난해 12월 LG그룹은 올 한 해에만 전년 대비 8% 증가한 19조 원을 투자하고 약 1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월 현대차그룹도 5년간 미래차를 포함한 5대 신사업 분야에 23조 원을 투자하고 4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3월 SK그룹은 3년간 반도체와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80조 원을, 6월에는 신세계그룹이 3년간 6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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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이 로봇,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고부가가치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신성장사업에만 25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LG그룹도 올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혁신성장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대차 역시 투자의 초점을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 로봇, 미래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에 맞췄다. SK그룹은 반도체 투자 비용 49조 원을 제외한 나머지를 5세대(5G) 통신이나 지능형 전력 시스템에 쏟는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그동안 삼성 등 주요 기업이 선도적으로 나서면 후발 기업들이 뒤따르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며 “앞으로의 기업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문하면 기업들이 숙제를 하듯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현재까지의 패턴이 고착화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5개 그룹 모두 김 부총리와의 간담회 당시나 직후 투자와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투자 확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이를 공표하는 시점에 대해 정부 경제팀의 방문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으로 무리한 투자를 집행할 경우 미래의 부실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대기업 투자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규제 개혁 의지가 관건이다. 김 부총리 방문 시 주요 기업은 탄력근무제 확대를 포함한 기업 활동을 위한 각종 규제 개선과 통상전쟁에서의 지원 등을 요청했지만 정부 경제팀은 아직 그중 하나도 속 시원하게 해결하겠다는 답을 주지 않았다. 정부뿐만 아니라 공장이나 서비스 시설에 투자할 때 해당 지역 주민, 상인들의 반대로 집행이 미뤄지는 등 지방자치단체가 해결해야 할 일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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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이인혁 인턴기자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