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늘… 수도권 공단 빈공장 급증
실적악화 못버티고… 인천 남동구 남동대로 남동국가산업단지 내 한 건물에 공장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남동공단에선 이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는 공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일 인천 남동구 남동대로의 한 건물에는 ‘현 위치 공장 3층 220평(약 727m²) 임대’라고 적힌 노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남동국가산업단지(남동공단) 곳곳에서 이 같은 현수막이 걸린 공장들을 볼 수 있었다. 인근 N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경기 악화에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기존 공장에서 더 작은 곳으로 옮기거나 아예 매각하는 곳들이 꽤 있다. 예년 대비 공장 매물은 늘었는데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 거래는 오히려 줄었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동남권을 중심으로 한 지방 산업단지에 이어 수도권 산업단지까지 ‘불황의 그늘’이 번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던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공단에서도 실적 악화에 폐업을 고민하는 공장이 늘면서 공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 공장 매물 나와도 살 사람 없어
이날 만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남동공단 내 공실률이 지난해 대비 20%가량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P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얼마 전 20년 가까이 700평짜리 금형공장을 운영했던 사장님이 사업을 정리하고 42억 원에 공장을 내놨는데 매수자가 별로 없어 결국 40억8000만 원에 계약했다. 제 가격에 매물이 나와도 계약할 땐 10%가량 낮추는 게 요즘 추세”라고 했다. 그는 월 임대료 330만 원이던 소형 공장(110평)도 최근 300만 원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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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경기가 악화되면서 인근 상권도 타격을 받고 있다. 남동공단 인근 한 상가 2층의 찹쌀순대 체인점은 평일 낮에도 폐업한 것처럼 테이블을 한쪽으로 밀어놓은 채 문이 잠겨 있었다. 근처 해장국집도 점심시간이었지만 손님이 많지 않았다. 식당 주인은 “공장들이 어려우니 식당 손님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일대 식당 권리금은 7000만∼8000만 원에서 최근 2000만∼3000만 원까지 내렸다.
가산동 일대 상가들도 공실이 늘었다. 한 상가 지하 1층의 고깃집 관계자는 “요즘은 회식이 줄어든 데다 인건비도 올라 장사 못 하겠다는 사장들이 많다. 오래 장사한 분들은 체감 경기가 이만큼 나쁜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기서 7년째 영업하던 식당 주인이 가게를 내놓았다. ‘힘들어서 장사를 더 못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 순이익 ‘제로’ 기업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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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이 쪼그라든 업체도 늘고 있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0원 이하’로 신고한 법인 수는 전년 대비 9.8%로 늘어난 26만4564개였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최고치다. 1년간 회사를 경영했지만 순이익이 전혀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본 기업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순이익이 1000만 원을 넘지 않는 법인도 8만5468개였다. 전체 법인세 신고 법인(69만5445개) 중 순이익이 없거나 1000만 원 이하인 곳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세종=송충현 기자
인천=이윤태 인턴기자 연세대 사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