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100세 시대, 건강 지탱하는 제1조건 “근육을 지켜라”

입력 | 2018-08-03 03:00:00

의학-과학계 ‘노년 근감소’ 연구 활발




권기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연구단장(맨 뒤)이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올 3월 개발한 근감소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나이가 드니 기력이 달려서….”

주위를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하는 노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노인은 젊은이에 비해 힘이 약하고, 행동도 굼뜬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노인들의 이 같은 증상을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골다공증처럼 노년층이 꾸준한 관심을 갖고 치료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근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노년의 건강한 삶을 지키기 위한 중대한 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의학, 과학계에선 노인성 근(筋)감소증에 ‘사코페니아’라는 병명을 붙였다. 체성분 검사, 근력측정 등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검사 결과 근감소증으로 밝혀지면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근감소증은 팔다리 힘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발병과의 연관성이 밝혀지고 있으며,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근감소증 환자는 가장 먼저 당뇨 위험이 높아진다. 2011년 미국 국립연구진의 역학 조사 결과, 근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져 당뇨 발병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당뇨는 비만과 관련이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 근력 유지가 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근감소증은 인체 기능 유지에도 치명적이다. 호흡근, 내장근 등이 약해지면 호흡과 소화 기능마저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2013년 서울대 의대 연구진은 환자 39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근감소증이 심한 사람일수록 사망률 역시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은 2016년 10월 노인성 근감소증에 대해 질병코드(ICD10-CM)를 부여하고 체계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교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60세 이상 남성의 근감소증 유병률은 11.6%이고, 80대가 되면 38.6%로 증가한다. 80세 이상이 되면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근감소증에 걸릴 우려가 있는 셈이다. 80대는 50% 이상이 위험하다는 미국 뉴멕시코주의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근감소증에 대한 의약품은 아직 개발되진 않았지만 적절한 영양 공급과 운동을 통해 예방 및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용석중 연세대 원주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도 노년내과를 개설하는 등 근감소증 치료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근감소증을 근본적으로 극복하려는 과학기술진의 노력도 늘어나고 있다. 매일유업은 2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사코페니아 연구소’를 신설하고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연구진과 공동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용기 사코페니아 연구소장은 “노년층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관련 학술연구 및 제품 개발 등 종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권기선 노화제어연구단장팀도 근감소증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대표적 국내 연구진이다. 권 단장팀은 최근 근감소증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세틸피리디늄’이라는 약물후보물질을 발굴해 그 결과를 3월 발표했다. 근력이 떨어진 늙은 쥐에게 이 약물을 투여한 결과 20∼25%의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것. 연구진은 이 약물에 대해 국내 및 해외 4개국에 특허를 출원하고 실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알약만 먹으면 근감소증을 예방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권 단장팀은 이 밖에 근감소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혈액검사 시약도 개발해 그 결과를 7월 30일 공개하기도 했다. 근감소증은 조기에 대응하면 충분한 예방이 가능한 만큼 연구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많다.

권 단장팀이 개발한 약물후보물질을 실제 치료약으로 적용하려면 긴 임상시험 기간을 거쳐야 한다. 다만 세틸피리디늄은 이미 인두염, 구내염 치료제 등으로 쓰이는 약물이라 임상 적용도 비교적 쉬울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권 단장은 “현재 국내 의료진과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할 임상허가계획서를 작성 하고 있으며, 빠른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