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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혐오 방치땐 킬링필드의 비극 반복된다”

입력 | 2018-08-03 03:00:00

亞노벨평화상 막사이사이상 수상… 육 창 캄보디아 기록센터 소장




지난달 30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캄보디아 기록센터(DC-CAM)’에서 만난 육 창 DC-CAM 소장.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의 만행을 직시하고 이를 공부해야 생존자들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캄보디아 프놈펜의 ‘캄보디아 기록센터(DC-CAM)’ 소장의 사무실 책장과 바닥엔 책이 가득했다. 제목에 적힌 홀로코스트,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같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육 창 DC-CAM 소장(57)은 “이 책들은 제노사이드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창 소장은 ‘킬링필드’로 상징되는 1975∼1979년 크메르루주 공산정권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자료를 수집해 온 공로로 지난달 26일 ‘아시아의 노벨 평화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비가 쏟아질 때면 비가 나쁜 기억을 모두 씻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39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기억은 얼룩처럼 남아 있어요.” 창 소장 역시 킬링필드의 피해자였다. 캄보디아에 크메르루주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 당시 15세이던 그는 굶고 있는 누이를 위해 버섯을 훔치다 붙잡혀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고문을 당했다. 크메르루주가 학살한 약 200만 명의 양민 중엔 그의 아버지와 형제 5명, 60명 가까이 되는 친척들도 있었다.

그는 “프놈펜의 중산층 집안에서 자란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고 싶었다”며 자료 수집 계기를 설명했다. 1995년 DC-CAM을 설립한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과 관련된 수백만 건의 자료와 사진을 모았다. 그는 캄보디아전범재판소(ECCC)에 자료를 제공했고 직접 증언대에도 서 크메르루주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단죄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캄보디아가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피해자도 많고, 젊은이들은 당시 상황을 부모로부터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 그는 “끔찍한 과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교육”이라며 “사람들에게 크메르루주 정권에 대해 객관적으로 교육할 때 피해자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는 2009년부터 고교에서 크메르루주 정권이 저지른 대량 학살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의 전쟁 범죄로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는 한 그 누구도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지워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피해자의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본도 전쟁 범죄를 인정함으로써 스스로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노사이드는 킬링필드, 홀로코스트 등 다양한 형태로 역사에서 반복돼 왔다. 1948년 유엔은 제노사이드 금지 협약을 채택했지만 이후 국제사회가 제노사이드를 막는 데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는 “제노사이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 각국이 제노사이드의 역사를 교육하고 이를 방지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세계에 번지고 있는 ‘무슬림 혐오’를 걱정했다. “혐오를 방치한다면 사람들은 계속 편견을 갖게 될 것이고, 결국 제노사이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프놈펜=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