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밥 딜런 내한공연
밥 딜런의 예전 공연 모습. 딜런은 이번 공연의 리허설을 완전 비공개로 진행하고 사진 촬영도 허락하지 않았다. 동아일보DB
밥 딜런(77)의 노랫말은 세상 시각적이며 다이내믹하다.
서로 다른 시공간에 머물던 성경이나 신화 소설 속 인물들도 때론 이 짓궂은 극작가의 노랫말 무대로 우르르 끌려나와 억지 연기를 한다. 로미오가 신데렐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노트르담의 꼽추가 카인과 아벨, 착한 사마리아인과 한 절(節)에서 뒹군다. 난데없이 로빈 후드로 변장한 아인슈타인이 등장하는가 하면 신과 아브라함은 20세기 유머로 ‘밀당’한다.
딜런은 마치 독한 압생트를 퍼마신 시인 랭보처럼 세계를 부수고 재창조한다. 영화로 만든다면 코언 형제와 기예르모 델 토로가 머리를 맞대야 하리라. 초현실적 분장과 컴퓨터그래픽, 블랙유머를 뒤섞은 철학적 판타지를 위해.
그러나 딜런의 콘서트는 세상 지루하기 이를 데 없다. 시각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공연에서 노랫말조차 못 알아듣는다면. 27일 저녁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그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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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로 한 거, ‘Blowin‘ in the Wind’ 맞는 거지? ‘Don’t Think Twice, It‘s Alright’도 가사 듣고야 그게 그건지 알았다니까.” 한 관객이 공연장을 나서며 툴툴거리듯 말했다.
안 그래도 단조롭게 반복되는 선율을 4절, 5절로 늘이길 즐기는 딜런은 그런 원곡의 선율들마저 더 심심하게 바꿔 불렀다.
일견 무성의하게 들리는 이런 가창은, 그러나 실은 혼신의 열창 아니 웅변이었다. 노랫말이 ‘지금 이 순간 딜런의 재해석’으로 변형 낭독되는 뉘앙스에만 관객이 집중하도록, 그는 시선을 분산시킬 다른 장치를 없앤 것이다. 노래 빼곤 한마디 인사조차 건네질 않았다. 자신이 왜 음악가 중엔 이례적으로 문학상을 받을 만한 인물인지를 이런 식으로 철두철미하게 방증했다.
교훈은 남았다. 혹 다시 딜런의 공연에 간다면 맨 앞자리를 예매하는 게 낫겠다는 것. 열창하는 딜런의 표정이라도 육안으로 볼 수 있게. 아니면 가사를 학자 수준으로 공부해 가거나. 이를테면 딜런이 “아들 죽여서 바쳐”(‘Highway 61 Revisited’에서)를 “아들… 죽여서∼ 바쳐!”로 리듬과 음정을 바꿔 부를 때, 그 오묘한 뉘앙스 변주를 순간순간 느끼며 전율할 수 있도록.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