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산업1부 차장
경제는 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기업에 관심을 갖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면 기업은 투자를 늘린다. 고용은 덤으로 따라온다.
하지만 국내 기업인들은 문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잘못이 있다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겠지만 대기업이란 이유로 적폐로 몰리는 느낌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편의점주들이 항의했는데, 왜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본점을 조사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들은 미국과 일본의 기업 환경을 부러워했다.
해외에선 세일즈맨으로 변신한다. 지난해 11월 미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장에서 “미국 군사 장비를 구매하면 북한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쉽게 요격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올해 들어선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 태양광 제품 등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며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 원칙은 다른 세계엔 재앙이지만 미국 기업에는 축복이다.
일본도 주가가 오르고,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이어지면서 호경기를 맞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시로 기업인들과 만나며 애로사항을 듣는다. 도쿄특파원으로 지냈던 2015년 봄 일본의 한 중견기업 대표를 만났을 때 그는 “아베 총리와 저녁을 먹었다. 알고 보니 그는 이미 저녁을 한 번 먹었고, 나와 두 번째 저녁을 먹었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
아베 총리 역시 일본을 대표하는 비즈니스맨으로 불러도 손색없다. 해외 투자유치 설명회에 참석해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빠뜨리지 않는 문구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 쉬운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꼭 일본에 투자해 주세요.”
도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주상복합건물 ‘도라노몬힐스’(247m)는 독특하게 도로 위에 지어졌다.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도시재생특별촉진지구로 지정해 불가능한 사업을 허가해줬다. 주변에서 이용하지 않은 용적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 용적률도 1150%까지 늘려줬다. 2014년 6월 준공식에 참석했던 아베 총리는 “규제를 대폭 풀 테니 기업은 더 적극적으로 도쿄 부동산을 개발해 달라”고 독려했다.
올해 하반기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을 많이 만나면서 그들에게 ‘신뢰’까지 심어주길 고대한다.
박형준 산업1부 차장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