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CJ ENM 제공
남학생들로만 구성된 경영학과 18학번 단체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 품평회가 열렸다. 채아(홍서영)는 수업 중 채팅을 하며 키득거리는 남학생들의 머리채를 잡아 뜯으며 응징한다. 이어 ‘니들이 동기냐? 성추행범이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내에 붙인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어딘가 익숙하다. 뉴스에 자주 나온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떠오른다.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에서 신혜가 신입생 환영회에서 갑자기 손을 잡는 남자 선배 때문에 당황하는 장면. CJ ENM 제공
이우탁 CJ ENM 스튜디오온스타일팀장은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여성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도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높이기 위해서다. 남성이 변심한 옛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관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리벤지 포르노’를 비롯해 대학가 미투, 페미니스트인 여자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상담하는 ‘내 여자친구는 페미니스트’ 등 최근 청년들 사이의 화젯거리가 드라마 주제가 됐다.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를 제작한 이우탁 CJ ENM 스튜디오온스타일팀장(위 사진 왼쪽)과 김기윤 PD. CJ ENM 제공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댓글방은 피해 폭로의 장이 된다. 시청자들이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본인의 경험을 토로하는 것. 악플이 달릴 때도 있다. 김 PD는 “민감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다뤄야 하는 이야기”라며 “시즌2에서는 직장 내 젠더 이슈를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