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회 앞에서 3년째 시위
3일 낮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0여 명이 ‘아베 정치를 용서하지 않아’라고 적힌 포스터를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포스터 집회’를 만든 여성 작가 사와치 히사에 씨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3년째 日 전역서 열리는 침묵의 포스터 집회
이들은 집회가 진행되는 30분 동안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국회를 향해 포스터를 들어 올렸다. 격렬한 구호나 규탄 연설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땀을 흘리며 침묵시위를 하는 이들에게 경찰들도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는 모습이었다. 30분이 지나자 “끝났습니다”는 소리가 들렸고 참가자들은 그제야 악수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집회는 국회 앞에서만 열리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각 지역에서 포스터를 들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저마다 SNS에 집회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다. 3년간 한번도 빠짐없이 집회에 참가했다는 구보타 후미요시(久保田文芳·67) 씨는 “아베 총리가 각종 문제에 침묵하고 있어 우리도 침묵으로 맞서는 것”이라며 “아베 총리뿐 아니라 주변 조력자들까지 퇴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포스터 구호는 한국처럼 역동적”
16일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모리토모, 가케학원 스캔들에 대해 국민 2명 중 1명은 ‘계속 규명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석 달 전 20%대까지 떨어진 내각 지지율은 최근 40%대까지 회복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52%로 나타났다.
사와치 씨는 “아베 총리는 각종 스캔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주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담고자 만든 것이 포스터 집회인데 3년간 일본 정치가 바뀐 게 없고 더 나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더한 암흑기를 맞이하기 전에 후세를 위해 일본 정치, 사회를 바꿔야 할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우익 세력이 방해를 할 때도 있다. 5, 6대의 대형 자동차가 침묵하는 이들 앞에서 확성기로 “집에 가라”고 외친다. 오토바이 폭주족들이 ‘곡예 운전’을 할 때도 있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까. 사와치 씨는 망설임 없이 얘기했다.
“나 자신은 어떤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